애플, 미국에 재고 축적…엔비디아·TSMC, 미국내 투자 결정
LG전자, 미국내 대규모 공장 건설 신청…반도체업계 '관망 중'
LG전자, 미국내 대규모 공장 건설 신청…반도체업계 '관망 중'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애플은 3월 한 달간 인도에서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아이폰을 미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애플은 재고 비축을 위해 출하량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애플의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IDC는 애플의 갑작스러운 출하량 증가가 매출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 애플이 재고 비축에 나서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아이폰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치 못한 관세 정책을 전개해도 비관세일 때의 판매 마진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와 대만의 TSMC는 미국 투자를 통한 관세 회피 전략을 채택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향후 4년 동안 TSMC·폭스콘 등과 협력해 최대 5000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미국 내에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SMC는 지난달 초 미국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5개의 제조시설을 건설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의 관세 회피 전략은 다소 소극적이다. 전자업계에서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관세가 적은 국가에서 생산한 물건을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방법을 대책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생산 거점인 인도와 베트남 등에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90일 상호관세 유예로 시간은 벌었지만 근본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최근 LG전자만 미국 테네시 가전공장 옆 클락스빌에 대규모 창고시설 건설을 위한 인허가를 신청함으로써 가전 재고 축적이나 생산시설로의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이미 바이든 정부 시절 미국에 투자를 확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추가 투자나 재고 축적을 관세 강화 대책으로 전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세 강화 전 재고를 축적하려는 고객사가 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수조원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쉽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 상호관세 방침이 알려지면서 가전업계의 기존 대책이 소용없게 됐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