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갤럭시에 한숨 돌린 삼성전자…이재용 회장, 글로벌 행보 강화 이유 있었다

글로벌이코노믹

갤럭시에 한숨 돌린 삼성전자…이재용 회장, 글로벌 행보 강화 이유 있었다

임원들에게 강조한 사즉생 정신…직접 사업 점검하며 1호 영업사원 활동
시스템LSI·파운드리 중국서 고객사 유치 활동·일본선 모바일사업 점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 부담에도 최근 글로벌 행보를 강화한 결과가 1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적자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와 이 회장이 만났던 기업의 업종이 정확히 일치한 것이다. 사실상 이 회장이 1호 영업사원으로 삼성 살리기에 나선 셈이다. 임원들에게 “사즉생(죽으려 하면 살 것)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던 이 회장의 말을 직접 실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30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개최하고 부문별 실적을 발표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DS)부문의 영업이익이다. DS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D램이 3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가 2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스템 LSI와 파운드리가 실적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 LSI는 비메모리 사업을 담당하는 곳으로 반도체 설계가 주 업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AP)을 비롯해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전력관리 칩(PMIC) 등을 설계하면 파운드리에서 이를 생산하는 식이다. 자체 AP 브랜드인 엑시노스를 보유하고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지만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5 시리즈에도 탑재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기차 사업에 주목했다. 지난달 이 회장은 중국을 방문해 샤오미와 BYD 공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왕촨푸 BYD 회장을 만나 전장 관련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면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는 평균 200~3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한 반면 전기차는 10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높은 성능보다 안정적인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삼성전자로서는 매력적이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AP인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BYD를 고객사로 유치하면 삼성전자는 실적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BYD는 지난해 413만 대를 판매해 전 세계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 브랜드로 수요도 상당하다.

이 회장이 4월 일본 방문에서 모바일 사업을 챙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은 1분기 4조원이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실적을 견인했지만 일본에서는 유독 매출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일본 휴대폰 시장은 연간 3200만 대가 팔리는 세계 4위 규모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6%에 머물고 있다. 애플이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이 회장은 일본 방문에서 2대 통신사인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를 방문해 갤럭시 S25 공급 건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미주 모바일과 오토 고객의 강한 수요에 대응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고객 수주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