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정상화·스타트업 투자 위축
총수 공백에 따라 이사회·주주 반발 영향
총수 공백에 따라 이사회·주주 반발 영향

법원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주사) 회장에게 징역 총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2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배임 혐의에 징역 6개월을, 나머지 혐의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짐에 따라 기존 허용했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선고로 한국앤컴퍼니그룹 전반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조 회장은 기존 타이어 중심의 사업구조를 미래 모빌리티와 하이테크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한온시스템 인수를 주도하고 총 2조8000억원을 투입해 올 초 빅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5월에는 창립 84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한국앤컴퍼니벤처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CVC 설립은 한국앤컴퍼니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굵직한 사업을 주도해온 회장이자 최대주주의 공백이 현실화하면서 그룹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이어, 배터리, 열관리 솔루션으로 이어지는 사업 포트폴리오 기반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주요 시점에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구속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 참여는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며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 사업 및 투자 등 주요 의사 결정이 늦어질 수 있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약 875억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로 2023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MKT는 한국타이어와 조 회장, 그의 형 등이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MKT는 한국타이어 그룹에 인수된 이후 배당을 통해 조 회장에게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64억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 금액은 131억원으로,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다시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갔다고 파악했다.
조 회장은 2017~2022년 법인차량 사적 사용(17억600만원), 이사비 대납(1200만원), 가구비 대납(2억6000만원), 법인카드 사적 사용(5억8000만원), 계열사 자금 사적 대여(50억원) 등 회삿돈 75억5000여만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 2023년 3월 조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금품 등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를 추가로 적용했다.
이후 한 차례 구속 만료 기한(6개월)이 지나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재판부가 같은 해 11월 보석을 인용하면서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아 왔다.
지난 2월 2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7896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한국타이어 상무 정 모 씨와 부장 박 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 한국타이어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구형했다.
이날 법원은 박 모 부장에는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상무 정 모 씨와 한국타이어 법인은 각각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