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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가르는 현대차·기아 전기차, 주행거리 500km 비결 '남양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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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가르는 현대차·기아 전기차, 주행거리 500km 비결 '남양연구소'

남양연구소 에어로 챌린지 카, 세계 최저 공기저항 계수 달성
공력시험동·환경시험동·성능개발동서 전동화 기술 개발 박차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중 가장 크게 관심을 받는 것은 효율성이다. 1회 충전으로 500km를 훌쩍 넘는 주행거리를 앞세워 고품질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은 현대차그룹의 경기도 화성 남양읍 종합기술연구소(남양연구소)에서 완성된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기술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인 만큼 이곳은 자동차 신기술의 산실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23일 기자들에게 남양연구소 핵심 시설을 공개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원동력을 차례대로 소개했다. 1996년 설립한 남양연구소는 신차 및 신기술 개발을 비롯해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차량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연구개발의 '심장'이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주행가능거리 비밀인 공기역학을 다루는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이었다. 현대차그룹이 이곳을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1999년 구축한 공력시험동은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주행 거리 연장을 직접 관장하는 곳이다.

공력 성능을 정밀 평가하고 개발해, 세계 최저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하고 있다. 그만큼 보안도 철저하다. 공력시험동 내 모든 공간에서는 사진과 영상 촬영을 엄격히 제한한다.

세계 최고 공력 성능 비결


이날 눈으로 확인한 공력시험동은 총면적 6000㎡ 규모로 미음(ㅁ)자 형태로 설계돼있다. 직경 8.4m 대형 송풍기가 3400마력에 달하는 힘으로 바람을 뿜어낸다.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강설 시험 중 아이오닉9 차량의 충전구 눈 유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이미지 확대보기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강설 시험 중 아이오닉9 차량의 충전구 눈 유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이 바람이 미음 형태의 공간을 순환하며 시속 200㎞로 달리는 차량의 공기 저항을 재현한다.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 검증 시설로, 외부에서 단 하루를 대여하려면 4000만원정도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인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하다.

여기에 시험실에서는 실제 도로 지면 환경을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다.

시험실 바닥에 있는 총 5개의 회전 벨트 기반 턴테이블을 활용하면 지면 재현 평가가 가동된다. 차량의 네 바퀴 아래와 차량 하부 바퀴 사이 바닥면에 벨트를 함께 회전시켜 차량 공기 흐름을 정밀 재현하는 원리다.

박상현 공력개발팀 팀장은 "바닥 센서를 통해 500원짜리 동전 수준의 무게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공기저항의 미세한 변화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공력시험동에서 세계 최저 공기저항계수 0.144를 달성한 '에어로 챌린지 카'를 최초 공개했다. 경쟁사의 최저 공기저항계수가 0.17에서 0.19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 1위다.

현대차·기아는 이 같은 공력 성능 검증을 통해 전기차 주행 거리를 대폭 늘리고 있다. 최근 선보인 기아 전기 세단 EV4의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533㎞에 달한다. 공력 성능을 지속 향상시켜 전기차 주행 거리를 연장하는 것이다.

박 팀장은 "공기저항계수 0.01을 낮추면 전기차 주행 거리가 6.4㎞ 증가한다"며 "주행 거리를 6.4㎞ 늘리려면 25만원어치 배터리를 더 실어야 한다"고 했다.

고온·혹한 재현해 혹독한 성능 검증


남양연구소의 또 다른 강점은 거의 모든 주행 환경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온과 혹한을 만들어 전기차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환경시험동에서는 환경 풍동 챔버를 통해 온도, 습도, 풍속, 밝기 설정은 물론 차량의 주행 부하와 속도까지 정교하게 제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에서 타이어 특성 시험기가 작동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R&H성능개발동에서 타이어 특성 시험기가 작동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50도의 고온부터 영하 30도의 혹한까지 모두 구현 가능해 냉난방 공조 시스템과 배터리 열 관리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 이는 차세대 기술 개발의 주 데이터로 활용된다.

환경시험동은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영하 30도에서 작동하는 차세대 히트펌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에너지를 40% 절감할 수 있다.

R&H(라이드&핸들링)성능개발동에서는 전기차 주행 안정성을 주로 검증한다.

전 세계에 단 2대뿐인 핸들링 주행 시험기는 주행 시뮬레이션에 따라 차량에 탑승한 로봇이 핸들과 페달을 조작한다. 이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로 핸들링 성능을 지속 향상시키고 있다.

이 외에 NVH(소음·진동)동에서는 전기차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검증을 맡는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노면 소음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며, 몰입음향 스튜디오는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청각 환경을 구현해 차량 음향 성능을 점검한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