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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AI 변화 클수록 성장 기회"…체질·판단·협력 좌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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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AI 변화 클수록 성장 기회"…체질·판단·협력 좌표 제시

체질 개선·민첩한 의사결정·생태계 확장 강조
피지컬 AI·SDV·로보틱스·수소 전략 구체화
(왼쪽부터)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혜인 현대차그룹 부사장이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혜인 현대차그룹 부사장이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AI 등 산업 변화가 큰 만큼 우리에게 더 큰 성장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2026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글로벌 불확실성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체질 개선과 판단력, 생태계 확장을 바탕으로 산업과 제품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신년회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방식으로 전 세계 임직원과 새해 경영 방향을 공유했다. 올해 신년회는 사전 녹화된 영상을 이메일 등을 통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연설 중심 형식에서 벗어나 좌담회 형태로 구성됐다.

정의선 회장은 2025년을 "전례 없는 수준의 경영환경 변화를 겪은 한 해"로 규정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 임직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례적인 통상 환경에서도 자동차 산업을 위해 노력한 한국 정부와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고객들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올해 경영환경에 대해서는 "그동안 우리가 우려하던 위기 요인들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무역 갈등의 다변화, 세계 경기 둔화, 지정학적 분절 심화로 경영환경과 수익성 압박이 동시에 커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쟁사의 글로벌 시장 침투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환경 인식 속에서 정의선 회장이 제시한 첫 번째 방향은 체질 개선이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어려워지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수록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체질 개선"이라며 "우리 제품에는 고객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개발 과정에서 타협은 없었는지, 우리가 자부하는 품질에 대해 고객 앞에 떳떳한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해 나간다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체질 개선과 함께 판단과 의사결정 방식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리더들은 숫자와 자료에만 머무르지 말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사람을 통해 상황의 본질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민첩한 의사결정"이라며 "보고는 자기 생각과 결론이 담겨야 하고 적시에 공유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틀보다 고객과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금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묻는 조직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정의선 회장은 내부 체질이 단단해지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고객 기대를 넘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공급 생태계에 대한 인식도 분명히 했다. 그는 "공급 생태계의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생태계가 건강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크고 작은 생태계 동반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지원과 투자를 아낌없이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I를 둘러싼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진단은 보다 직설적이었다.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 시장만 보더라도 제품의 핵심 경쟁력이 AI 능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 영역에서 우위를 선점한 현실도 언급하며, 현재 확보한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냉정하게 짚었다.

다만 그는 현대차그룹의 구조적 강점에 주목했다. 정의선 회장은 "우리는 물리적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며 "자동차와 로봇 같은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의 가치는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와 자본, 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게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선 회장의 메시지 이후에는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좌담회가 이어졌다. 좌담회는 사전 임직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그룹의 미래 준비 방향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AI, 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수소 사업 등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이 구체적으로 공유됐다.

(왼쪽부터)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장재훈 부회장, 정의선 회장, 김혜인 부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신년회를 마치고 박수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 장재훈 부회장, 정의선 회장, 김혜인 부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신년회를 마치고 박수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SDV와 관련해 장재훈 부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은 현대차그룹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일"이라며 "타협할 수 없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SDV라는 도전 영역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이 향후 그룹이 꿈꾸는 미래를 실현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모셔널의 로보택시 사업 현황이 소개됐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 실차 테스트를 통해 주행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AI 내재화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문제의식도 좌담회에서 재차 강조됐다. 그는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업과 산업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범용 지능 기술"이라며 "AI 역량을 내재화하지 못한 기업은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도구로 볼 것인지, 기업 진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인지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밝혔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와의 협력을 통한 피지컬 AI 고도화 전략이 공유됐다. 물류 로봇 스트레치와 사족보행 로봇 스팟은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며 성능과 안전성, 비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역시 향후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로보틱스랩에서는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와 모바일 로봇 플랫폼 모베드의 상용화 계획도 소개됐다.

수소 사업과 관련해 장재훈 부회장은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에너지 캐리어이자 저장 수단"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생산·저장·활용 전 밸류체인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와 부품 계열사의 전략도 공유됐다. 현대차는 유연한 글로벌 생산 전략과 공급망 재편을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파워트레인과 지역 맞춤형 전략으로 성과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PBV 사업 확대와 신흥시장 공략을 통해 도전적인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SDV 양산과 확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사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차량용 반도체와 로보틱스 핵심 부품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문별 변화 속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조직 전체의 과제라고 언급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숨기지 않고 빠르게 공유해 함께 해결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미래의 불확실성이 가장 확실한 시대인 만큼 결국 한 팀으로 움직이는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