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배분 요구에 산업전환 의제 겹쳐
현대차·금속노조 중심 노사 긴장 고조
현대차·금속노조 중심 노사 긴장 고조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과 로봇 전환이 제조업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의 새 변수로 떠오르면서 여름 노사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자동차·철강·조선 현장에서는 성과 배분과 고용 안정 요구가 동시에 분출하는 모습이다.
7일 산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은 파업 가능성을 남겨둔 채 교착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상여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AI 관련 고용·노동조건 보장 요구다. 현대차그룹이 생산 현장과 연구개발, 물류, 로봇 분야에서 AI 활용 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는 기술 도입이 인력 감축이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임단협의 핵심이 임금과 성과급이었다면 올해는 산업 전환에 따른 일자리 보장이 같은 테이블에 오른 셈이다.
성과급 요구의 기준선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 회복 기대와 성과급 논의가 맞물리면서 대기업 노조 사이에서는 호실적을 보상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AI 수요가 일부 기업의 실적 개선을 끌어올리는 만큼 그 결실을 현장과 나눠야 한다는 논리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제조업 전반의 임금 눈높이를 끌어올리는 간접 변수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속노조는 오는 15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AI 도입에 따른 고용·인권 보호, 원청교섭 실현, 초기업 교섭 활성화 등을 공동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을, 조선 부문에서는 정규직 신규 채용 확대를, 철강 부문에서는 국내 생산·투자 확대와 불법파견 인정 공정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담도 작지 않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투자 확대로 일부 기업의 실적 기대는 커졌지만 자동차와 철강, 조선의 경영 환경은 업종별로 다르다. 자동차는 미국발 관세와 판매 인센티브 부담을, 철강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을, 조선은 인력난과 원가 부담을 각각 안고 있다. 노조가 성과 배분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기업은 비용 증가와 수익성 방어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종별 체감 경기가 엇갈리는 만큼 노사 간 임금 눈높이 차이도 더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실적 개선 업종의 보상 논리가 다른 제조업 사업장으로 번질 경우 협상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올해 임단협이 향후 제조업의 AI·로봇 도입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대응을 위해 자동화와 AI 투자를 늦추기 어렵다. 반면 노동계는 기술 도입 과정에서 고용 안정 장치와 노동조건 보호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 전환이 빨라질수록 노사 간 협의 구조가 더 중요해지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AI와 로봇 도입은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노사 간 신뢰 없이 추진되면 임단협의 상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성과급 논의와 고용 안정 장치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다루는 협상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