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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 미루는 해운 시황 호조…쌓인 노후선, 향후 ‘안전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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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 미루는 해운 시황 호조…쌓인 노후선, 향후 ‘안전판’으로

최근 5년 폐선 규모, 매년 전체 선대 0.5% 미만
해운 수익성 호조에 노후선 운항 장기화
1~9월 신조선 발주 57%↑…수주잔량도 증가
시황 약세 땐 폐선 늘며 선박 공급 조정 역할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르아브르’호. 사진=HMM이미지 확대보기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르아브르’호. 사진=HMM
글로벌 해운 시황 강세로 노후선 폐선이 미뤄지는 가운데 신조선 발주는 늘고 있다. 향후 해운 시황이 약세로 돌아설 경우 쌓인 노후선의 폐선이 시장의 선박 공급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클락슨리서치가 지난 9일 공개한 선박 재활용시장 분석에서 최근 5년간 매년 폐선된 선박 규모는 전체 선대 톤수의 0.5%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서는 여러 선종에서 강한 시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낮은 폐선 수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선박 폐선량은 1180만DWT(재화중량톤)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52% 적었다. 올해 선령 25년에 진입하는 선박 규모도 3000만GT(총톤수)를 웃돈다.

높은 운임과 선박 수익성이 노후선 운항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클락슨리서치의 종합 해운 수익성 지표인 클락시 지수(ClarkSea Index)는 올해 3분기 하루 평균 4만6384달러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유운반선과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운임이 크게 오른 데다 컨테이너선·자동차운반선·벌크선 등도 강한 흐름을 보였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선박을 계속 운항해 얻는 수익은 해운 시황에, 폐선으로 얻는 수익은 고철 가격에 달려 있다”며 “2021년 이후 해운 시황이 계속 좋다 보니 낡고 운항 효율이 떨어지는 배라도 운항을 이어가는 편이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폐선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선이 시장에 남아 있는 동안 신조선 발주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1~9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7071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보다 57%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도 2억2367만CGT로 전월보다 272만CGT 늘었다. 향후 인도될 신조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는 셈이다.

누적된 노후선은 향후 해운 시황이 약세 국면에 접어들 경우 시장 수급을 조정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클락슨리서치도 이번 분석에서 쌓인 노후 선대를 향후 시장 압력이 커질 때 작동할 수 있는 잠재적 ‘release valve’로 표현했다.

해운 시황 호조기에 발주한 선박이 2~3년 뒤 인도된 이후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 운임 하락 압력이 커진다. 이때 수익성이 떨어진 노후선의 폐선이 늘면서 시장에 투입되는 선박 규모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 부담이 완화되면서 시장 수급을 조정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해운 시황 호조 속 신조선 수주를 늘려온 국내 조선사 입장에서도 노후선 폐선은 향후 시황 하락 시 수주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 수석연구원은 “시장 침체 국면에서는 결국 배를 줄여야 한다”며 “그때 폐선량이 도움이 될 수 있고, 굉장히 깊은 침체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유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hoiyu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