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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허점과 만들어진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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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허점과 만들어진 죽음



이권능(복지국가소사이어티연구위원)이미지 확대보기
이권능(복지국가소사이어티연구위원)


2월26일 송파, 생활고로 인해 세 모녀가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절대적 빈곤의 늪에 있으면서도, 왜 이들은 우리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고, 왜 우리는 이들에게 어떠한 혜택도 줄 수 없었던 것일까? 이들의 죽음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현재 어떤 결함을 갖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율은 7.8%인데 반해 기초보장수급자의 비율은 2.8%에 그치고 있다. 최저생계비 미만의 소득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약 250만 명(전인구의 5%)의 국민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 모녀도 바로 이 사각지대에 속해 있었기에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사각지대는 발생할까? 무엇보다도 ‘도덕적 해이’라는 허구적 논리 때문에 발생한다. 정부나 언론들은 공적 부조의 수혜자들에 대해 항상 무식함, 나태함, 게으름, 부정 수급 등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재정을 최소화하려 한다. 2012년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위한 중앙정부의 예산은 약 7조1400억원으로 총예산(325.4천억)의 2.2%로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다. 기본적인 사회보장체제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선진국에 비해 현격히 낮은 비중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의무자 기준과 소득인정액이라는 수단을 통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충분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의 사례들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139만4천명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에 몇%나 이러한 경우에 해당할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덕적 해이’는 본성과는 어긋나는 행태이기에 그러하다. 인간은 누구나 노동을 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한다. 이와 동시에, 인간은 주변으로부터 사회적 인정을 받고자 하며, 자존감을 확립하고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고, 노동은 이것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본성의 이면에는 ‘창피함’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본성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기에 수치심을 갖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누리려는 사람들은 언제나 창피함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수치심 때문에 오히려 수급자들은 큰소리를 치고 거칠게 행동한다는 것이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수급자들의 입장은 이미 외국에서의 여론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 중 80% 이상이 현재의 상황을 창피하게 여기고 최대한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것이다. 세 모녀가 남기고 간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문구 또한 이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현실의 제도와 구조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강고하기에, 그들은 스스로 삶을 끝냄으로써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도입 당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초급여를 나면서부터 갖는 일종의 보편적인 권리로 인정한다는 ‘법의 정신’에 기반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이러한 법의 정신에 어긋난 것이었다. 초기에 법이 기반한 철학적 기반을 제쳐두고, 법의 운영에 있어서 시혜성에 기반을 두고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기조를 유지하는 한, 자살률 세계1위라는 불명에는 계속될 것이고 제2, 제3의 세 모녀 사건은 우리의 주변에서 계속될 것이다.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