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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잔인한 4월, 부끄러운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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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잔인한 4월, 부끄러운 4월

[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 기자] 분하다. 너무도 분해서 속이 뒤집힐 것같다. 배가 기울어지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서로 챙겨주면서 지시에 따르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들을 버린채 자기들끼리는 무전기로 교신하면서 배를 빠져나온 선원들의 그 콘트라스트(contrast), 게다가 속옷 차림으로 홀로 탈출하는 캡틴의 인간스러운, 너무도 인간스러운 그 저열함에 속이 끓는다.

답답하다. 단원고의 한 학생이 촬영했다는 동영상에는 위급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미안함이 절절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탈출할까 고민하다가도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마치 선생님의 말처럼 들렸나보다. 선실에서 기다리다가 안내방송이 반복되자 정말 “예”라는 대답마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착하고 순박한 우리 아이들, 구명조끼가 모자라면 친구에게 내 것 입어라며 양보했고 갑판 위의 친구들이 혹시 바다에 떨어지지 않았을까 오히려 걱정했다. 너무도 미안하고 한편 대견해서 가슴이 먹먹하다.
부럽다. 지난 25일 승객과 선원 334명이 탄 스페인 여객선이 항해중 화재가 발생했다. 선장은 항만관제센터에 보고한 뒤 승객을 대비시켰다. 선원들은 배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구명조끼 입은 승객들을 배의 좌우현 갑판에 나가있도록 안내했다. 화재 발생 30분 만에 배는 무사히 항구로 돌아왔다. 200915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US에어웨이즈 소속 여객기가 출발 4분만에 새떼와 충돌해 엔진 2개가 한꺼번에 멈췄다. 기장은 바로 승객들에게 상황을 알린 뒤 허드슨 강 위로 비상 착륙했다. 불시착했고 승객들은 비상구를 열고 빠져나와 비행기 날개 위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여객기가 가라앉는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냉정을 잃지 않았다. 기장은 150여명 탑승객 정원이 대피한 걸 확인한 뒤 마지막으로 기내를 빠져나왔다.

불편하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고수습 후 사퇴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한 나라 총리가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당연하지만 실종자가 아직 97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총리 단독의 사의 표명은 뭔가 불편하다. 타오르는 분심(忿心)은 빼고라도 이번 기자회견이 기획 사퇴이자 대통령 책임론을 사전 차단하려는 방탄용 사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대통령으로부터 그 흔한 책임 통감이라는 말 한 마디 듣지 못한 국민에게 대신 들려온 것은 선장은 살인자이고 책임은 관료들에게 있다는 자기배제성 발언이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을 50만명이 넘게 조회한 이유를 굳이 외면하는 정부와 대통령의 모습이 무척이나 불편하다. 결국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희생자 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적폐와 악습, 관행 등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강화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단지 사과의 장소 때문은 아닌데도 이를 바라보는 우리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부끄럽다. 세월호 참사의 직접 책임은 선장과 선원들에게 있지만 의무를 내팽개치고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는 어른들이 과연 그들뿐인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우연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예고됐던 사고를 막지 못한 우리의 무관심과 탐욕을 반성해야 한다. 일이 터지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숱하게 다짐했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반복 또 반복했다. 해운사와 승무원, 해경, 해양수산부, 국무총리실, 청와대 모두 작당한듯 의무를 저버렸고 문제 해결 과정은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사과는 필수지만 슬퍼하고 분노하는 걸로는 안된다. 재난방재시스템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온갖 부정과 부당함을 바꾸지 않으면 또 제2의 세월호 사태를 맞아 울고불고 할 것이다.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이번 사태를 극복해야 한다. 대안을 찾고 희망을 꾸려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다 간 박지영, 정차웅, 남윤철, 최혜정, 그리고 아직 실종 상태인 양대홍 사무장을 비롯한 302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이다. 어른이라는 게 너무도 부끄러운 2014년의 4월이다.

산업/IT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