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회에 언급한 것처럼 월드컵 유치 이후 정부의 저리 융자 지원을 통해 모텔 시설은 큰 발전을 이룬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모텔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고, 그 결과 주요 상권의 모텔들은 관광호텔의 시설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당시 급격히 확산된 초고속 인터넷망과 최신사양의 PC가 객실에도 도입되었고, 공주룸, 거울룸처럼 테마가 적용된 인테리어 디자인도 등장했다. 이러한 시설 고급화는 객실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던 월드컵 기간 동안 빛을 발했다. 하지만 월드컵 특수 이후 고객이 감소하자 숙박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한껏 올려놓은 시설 경쟁력을 고객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그간 음성적으로 유흥업소 영업을 진행했던 숙박업체들이 법의 철퇴를 맞았고, 업체들은 감소하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2005년 야놀자의 등장은 중소형 숙박업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모텔이 양지화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유동고객의 유입만을 기대했던 숙박 업체들에게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홍보 채널을 제공했다. 외관만 보고 모텔을 이용하던 고객들이 야놀자를 통해 객실 사진과 이용 후기를 보고 소비를 결정했고, 이는 업체 간의 시설, 서비스 경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했다. 또, 인터넷을 통한 숙박 정보의 증가는 중장년층 위주였던 객실 수요를 20~30대 고객들에게까지 확대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숙박업체에 대한 전체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젊은 고객이 증가하면서 객실 사용의 목적은 데이트, 영화 감상, 게임, 파티, 스터디 등으로 다양하게 세분화됐다. 그리고 발 빠른 업체들은 이러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타입의 인테리어를 발전시켰다.

2000년대 말, 그리고 2010년대 초반까지는 화려한 파티룸과 이색적인 테마룸이 발전한 시기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야놀자의 등장으로 모텔업계에는 본격적인 마케팅 개념이 도입됐다. 숙박업체들은 화려한 시설과 디자인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고, 이러한 현상의 궁극에는 파티룸이 있다. 실내 풀, 노래방, 바비큐 시설 등을 보유한 파티룸은 대학가에서,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끈다.
이런 파티룸은 투자 비용이 크고, 단체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객단가가 높게 책정되었지만, 실제 객실 판매가 저조할지라도 고객의 시선을 끄는 역할로 제 몫을 다했다. 파티룸이 발전했던 이 무렵에는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로 꾸며진 이색 객실도 인기를 끌었다. 객실에 나이트클럽 같은 댄스 플로어를 꾸미거나, 감옥, 지하철을 소재로 한 인테리어가 시도되기도 했다. 심지어 객실 안에 실제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디자인 소품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들어 이처럼 자극적인 콘셉트의 테마룸 경쟁은 감소되고 있지만, 시설 융합을 통해 객실을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모텔의 시설과 디자인은 지난 10여 년간 많은 발전을 이뤘다. 반면 위생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같은 기간 동안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60% 이상의 응답자가 청결 관리가 되지 않은 숙박시설로 모텔을 꼽았고, 반대로 모텔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58% 이상이 청결을 꼽았다. 즉, 모텔 위생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으로 인해 최근에는 체계적인 청결관리와 서비스가 보장되는 프랜차이즈 모텔이 각광받게 되었다.


야놀자 F&G 지정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