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 속에서 보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등도 블랙 스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인류의 역사에는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경험에 근거한 인간의 지식체계가 갖는 근본적 오류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 지식에 일정한 시간이 더해지면 그것은 하나의 범하기 힘든 권위를 획득하게 되고 또 인간들은 이 권위를 맹신하게 된다. 따라서 대중의 냉혹한 심판이나 비난에 맞설 자신이 있는 용기 있는 소수의 인간을 제외하고는 보통의 인간들은 감히 이 권위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된다.
비슷한 또 하나의 예로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어떤 공통적인 습관을 발견함으로써 성공의 원인을 그것으로 규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매사에 긍정적이어야 한다 등등이 그런 예다. 그리고 기를 쓰고 발견(?)한 이런 사실들을 일반화함으로써 성공을 원한다면 반드시 그러한 방식을 수용해야 하는 것처럼 강요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타인의 인생에 대한 간섭에 그치는 허무한 노력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렇게 변화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남의 의견을 잘 따르고, 늦게 일어나고 비관적인 사람이 성공하는 예도 실제로는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권위 있어 보이는 타인의 의견에 자신을 맡기지 말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성공한 삶에 대한 개념 규정 역시 본인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고정관념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은 어쩌면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종의 편집의 과정일지 모른다. 이러한 편집의 영역은 개념의 재정의를 통해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일종의 재창조다. 편집력은 자신이 가진 지식의 넓이와 깊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융합 지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효과적인 행동양식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신은 초원을 달리는 사자에게 바람을 가르는 달리기 기술을 주었다면 인간에게는 끝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뇌를 주었다. 그러한 창조적 뇌를 세간의 상식이나 세상적 권위에 굳지 않게 하는 것은 인간이 사자와 구별되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간적 의무다. 필자만의 견해일지는 모르지만, 상식이나 권위로부터 탈피하여 자신만의 주체적인 시각으로 삶을 관철하려는 의지만큼 자신의 인생을 창조적이고 고결하게 만드는 노력은 없을 것이다.
신현정 중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