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은 하도 많은 숙취음료제가 나와 범람하는 통에 어느 것을 선택하여야 할는지 모를 정도다. 그러나 과연 그 많은 숙취음료제 중에 정말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빠르게 떨어뜨리는 것이 있을까. 의심을 하면서도 신경안정제 역할로 하나씩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숙취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이 머릿속에 남아 머리를 아프게 만들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것 외에도 퓨젤알코올이라고 하여 발효 과정 중에 생성되는 아밀알코올이나 이소뷰틸알코올 등 불순물과도 같은 물질들이 숙취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증류과정 없이 발효 과정만을 통해 만들어지는 막걸리나 약주 혹은 포도주와 달리 증류과정을 통해 제조되는 위스키나 브랜디 또는 고량주 등은 이런 퓨젤알코올이 제거되기 때문에 먹고 나면 뒷끝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소주도 증류주를 희석하여 만든 것으로 독한 위스키와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해장국이나 북엇국, 황태국, 재첩국, 콩나물국 그리고 선지해장국 등을 통해 숙취를 풀곤 하였다. 이들 해장국에는 각종 미네랄과 아스파라진산이나 메싸이오닌과 같은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어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에 관여한 효소의 작용을 촉진시켜서 숙취를 해소하곤 하였다. 각종 숙취음료제품들도 헛깨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약재를 함유하여 이처럼 아세트알데히드의 빠른 분해를 도와주는 목적으로 활용이 되고는 있지만 그 효과 정도는 미미한 것 같다.
이처럼 좋은 효과가 있는 숙취음료제를 제조하려면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전환되는 것을 억제해 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야 하며 아울러 아세트알데히드가 빠르게 분해될 수 있는 성분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 아세트알데히드 그리고 퓨젤알코올과 같은 유해성분들이 신속하게 몸 밖으로 배설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성분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런 기능을 갖춘 것을 시중에서 손쉽게 우리가 접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 과정을 거쳐 하루 빨리 값싸면서도 효능이 있는 숙취음료제가 개발된다면 많은 샐러리맨들의 송년 분위기를 한층 가볍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