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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바이든이 머스크에게 '먹방'을 제안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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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바이든이 머스크에게 '먹방'을 제안했다면

대통령과 기업인 관계, 한·미 양국 극명한 대비

삼성·LG를 비롯한 10대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최근 부산에서 열린 행사에 줄줄이 참석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부산 엑스포 유치전 참패로 동요하는 부산·울산·경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사에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들이 대거 차출됐다. 이들 기업인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할 때도 줄줄이 수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도 경사절단이 따라간다.

윤 대통령 부산 방문 자리에서는 ‘떡볶이 먹방’이 단연 압권이었다. 특히 이재용 삼성 회장의 ‘쉿’하는 모습을 담은 익살스러운 사진 한 장이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한국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행보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미국에서는 경제계 거물 인사들이 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낸다. 이들 기업인이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호불호를 드러낸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은 선거 자금을 모으려고 기업인이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행사에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바이든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힘의 균형추가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의 '딜북 서밋' 공개 대담에 “차기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때도 바이든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그렇다고, 내가 트럼프에게 투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었다고 했다. 머스크는 이어 “지금 민주당은 극단주의자들이 공중납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의 대선 출마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로 생중계하도록 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 인도계 벤처 기업인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머스크는 공화당 경선에서 2위로 떠오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대해서는 ‘친(親)규제 후보’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만약 바이든이 머스크에게 ‘먹방’을 제안했다면 조롱을 당했을 것이다. 바이든은 머스크를 좋아할 리 없지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 대선전 이후 줄곧 바이든을 공격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2월 17일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 편을 드는 바이든을 겨냥해 “UAW의 젖은 양말 인형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중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주석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머스크만 이러는 게 아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트럼프의 재등장을 막으려고 팔을 걷어붙였다. 다이먼 회장은 NYT 딜북 서밋에서 “여러분이 민주당 당원이어도 제발 헤일리를 도와주라”고 했다. 트럼프는 즉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다이먼의 팬인 적이 없고, 그는 과대 포장된 글로벌리스트일 뿐”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석유 재벌 찰스 코크, 유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자 켄 그리핀, 홈디포 공동창업자 켄 랭곤 등이 헤일리 지지 대열에 동참했다. 민주당 후원자인 링크트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을 막으려고 헤일리돕는 슈퍼팩에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를 기부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병풍으로 세우려 하지만, 미국 기업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을 백악관에 입성시키려고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어느 쪽에서 이뤄져야 할까?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