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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비등점 향해 치닫는 한·미의 '정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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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비등점 향해 치닫는 한·미의 '정치 폭력'

트럼프 등장 이후 폭력이 정치 무기로 위력 발휘, 정치인과 가족들 살해 위협 일상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테러를 당했다. 이번 사건이 정신 이상자의 돌출 행동이라기보다는 극단주의로 치닫는 한국 정치의 산물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미국 정치 현장을 들여다봐도 한국 정치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그림이 그려진다. 한·미 양국에서 정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정치 폭력(political violence)’이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미 양국의 정당과 정치인들이 사생결단식 투쟁을 일삼다 보니 극렬 지지자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정치 테러는 그 부산물이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그의 막말·폭언과 지지자들의 폭력이 정치판을 뒤흔드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준을 막으려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1·6 의사당 폭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는 그날 집회 연설에서 “여러분이 죽도록 싸우지 않으면 더는 당신들의 나라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이때 지지자들은 상원의장 자격으로 의회의 대선 결과 인준 표결 사회를 보던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을 찾아다니면서 “펜스의 목을 매달자”고 외쳤다.

1·6 의사당 폭동이 발생한 지 꼬박 3년이 지났으나 달라진 것은 없다. 트럼프는 차기 대선전에 다시 뛰어들었고, 그의 열성 지지자를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세력의 영향력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화당 상하 의원들은 지금 행여 마가 세력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앞다퉈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미국 언론 매체 복스에 따르면 마가 세력을 비롯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극렬 당원들은 의원이 독자 노선을 취하려 들면 의원과 그 가족을 겨냥해 살해 위협을 서슴지 않는다. 이 매체는 “폭력 위협이 미국 정치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가 자신과 가족에 대한 살인 협박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미 의회 경찰에 따르면 상하 의원들에 대한 살인·폭행 등의 협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16년에 의원들이 물리적 협박을 받은 건수는 900건가량이었으나 그 이듬해인 2017년에는 3600건가량으로 4배 증가했다. 특히 트럼프 임기 마지막 해이고, 바이든 임기가 시작됐던 2021년에는 9700건으로 늘었다가 2022년에는 7500건으로 약간 줄었다. 의회 경찰은 아직 2023년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올해 대선의 해를 맞아 이 숫자는 다시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의원들이 신변 안전을 위협받으면서 경호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를 인용해 의원들에 대한 경호 비용이 2020~2022년에 무려 500%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롬니 상원의원은 트럼프와 척을 진 뒤에 사비로 하루에 5000달러(약 656만원)의 경호 비용을 쓰고 있다고 공개했다.

문제는 극단주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도 정치 불신의 늪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조사에서 미국인의 3분의 1 이상은 여전히 바이든이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한국 대선이나 11월 미국 대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극단적인 대결이 펼쳐질 게 확실하다. 이는 곧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과 같은 정치 테러가 극에 달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