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새해부터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신년 행사를 다니고 있다. 철인 경기와 같은 엄청난 일정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한 위원장의 체력은 놀라울 정도다. 보통 사람 같으면 벌써 병원 신세를 질 정도의 빽빽한 일정임에도 그는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동료 시민들과 스킨십을 나눈다.
1993년 내가 모스크바에서 재학 중이던 외무성 산하 국립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MGIMO, 므기모)에서 한인 유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다. 대학원생이었던 최의섭 선배가 출마한 상태였는데 유영철 선배(전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현 유성산업 부사장)가 미국 로버트 버드(Robert Byrd) 전 상원의원 이야기를 해줬다.
유영철 선배의 조언 덕분에 나는 발로 뛰는 선거를 했고 당선됐다. 이후 펼쳐진 모스크바유학생총연합회 선거에서도 모스크바국립대학교 김선국 회장을 꺾고 초대 회장이 됐다. 한국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사이버팀장으로 활약해 승리를 이끌었고, 단 한 번도 선거에서 패한 적이 없다.
정치평론가들은 '선거는 구도(Framing)와 바람(Trend or Momentum)'이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요소가 단순히 후보자의 개인적 능력뿐만 아니라, 선거의 전체적인 맥락과 시대적 분위기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또한 '선거는 입이 아니라 발로 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선거는 건강이 9할'이라고 말하고 싶다. 쇼펜하우어 말대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국가 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국익에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브라질·필리핀·인도 등 몇몇 국가들은 선거 후보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이러한 조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유권자들이 보다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건강진단서 제출을 요구하진 않지만, 대통령 후보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관행이 있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투명성을 제공하고, 건강 상태에 대한 의문을 떨쳐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
2015년에 발표된 세계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GBD 2013)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95% 이상이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약 3분의 1이 5가지 이상의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또한 전 세계 인구 중 단 4.3%만이 건강에 문제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보고했다. 즉 '커다란 건강'을 가진 사람은 단 4.3%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후보자는 법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나라 지도자가 '커다란 건강'을 가진 4.3%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