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바이든과 트럼프의 복고풍과는 달리 미국 정치판에서는 지금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보수당과 진보당의 경계 붕괴다. 공화당은 친기업인 성향이고, 민주당은 친노동자 노선을 추구해왔다. 기업인은 공화당의 기업 우선주의, 자유 시장 경제, 작은 정부 정책을 옹호한다. 반면 노동자는 분배 정의와 복지를 중시하는 민주당 편을 들게 마련이다.
이제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공화당과 기업이 빈번하게 싸운다. 트럼프와 공화당 대선 후보 경합을 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해 4월 디즈니랜드의 자치권을 박탈한 게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밝히지 말라는 플로리다주의 새 법에 디즈니가 비판하자 디샌티스는 자치권 박탈로 맞섰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블랙록,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이 반(反)화석연료 정책을 취한다며 지방 정부로부터 어떤 계약도 따내지 못하도록 막았다.
트럼프가 이끄는 공화당이 기업과 싸우는 사이에 민주당 텃밭의 노조원들이 트럼프 지지자로 속속 전향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이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던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중 6개 경합 주에서 최근 여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노조원 중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이 각각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들 노조원 중 2020 대선 당시에는 바이든에 투표한 사람이 8% 포인트가 더 많았다. 이는 곧 대중에 영합하는 ‘트럼피즘’ 정책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먹히고 있는 증거다. 트럼프는 저학력, 저숙련 노동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4월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과 제3지대 신당들이 열전에 돌입했다. 미국 정치권의 변화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이념’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한국 유권자의 팍팍한 삶에 초점을 맞춰 ‘민생’을 더 잘 챙길 것 같은 정당과 후보가 고지를 선점할 게 확실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