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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파월 FOMC 오락가락 대체 왜? 샤워실의 바보와 뉴욕증시 코스피 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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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파월 FOMC 오락가락 대체 왜? 샤워실의 바보와 뉴욕증시 코스피 코스닥

김대호 박사/  글로벌 이코노믹 연구소장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 이코노믹 연구소장
목욕탕에서 샤워를 할 때 온도 조절을 잘못해 식겁을 하는 수가 있다. 통상적으로 처음 나오는 샤워 물은 차다. 따뜻한 물이 빨리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온수 방향으로 돌렸다가 너무 뜨거워 깜짝 놀라 게 되는 것이다. 수도 꼭지를 재빠르게 찬물 쪽으로 돌리면 이번에는 또 너무 찬 물이 쏟아져 낭패를 당하곤 하다.

성급하게 온도 조절을 해 샤워실에서 급탕과 냉탕을 오가며 당황해 하는 이 모습을 경제학의 영역으로 끌어온 이가 있다. 시카고 학파로 유명한 밀턴 프리드먼이 그 주인공이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먼은 닉슨의 금태환 포기로 야기된 인플레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연준 FOMC이 금융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수시로 남발하던 모습을 보며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 같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경제의 한 단면만을 보고 섣부르게 시장에 개입할 경우 오히려 물가 불안 또는 경기침체를 초래하거나, 더 심화시키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어떤 정책을 시행한 후 그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또 다른 정책을 시행하여 역효과가 생기는 상황을 가리키기도 한다.
샤워실의 바보는 샤워실에 들어가서 차가운 물이 나오면 뜨거운 물 쪽으로 수도를 돌리고, 뜨거운 물이 나오면 다시 차가운 물 쪽으로 수도를 돌려 결국에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사이를 번갈아 옮겨갈 뿐 정작 샤워는 하지 못하는 바보의 모습을 은유한 것이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을 할 때 시장 상황에 따라 완곡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섣부르게 대응하여 발생하는 부작용을 샤워실의 바보에 비유한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이 이 말을 했던 1970년대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적극 지지하는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이른바 개입주의 경제학이 큰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밀턴 프리드먼은 시장 상황에 따라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줄였다 늘였다 하는 케인즈 경제학의 정부정책만능주의가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프리드먼 이후 잊혀졌던 샤워실의 바보가 최근 다시 등장했다. 하버드대 총장과 재무장관을 역임한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가 제롬파월 연준 FOMC 의장의 정책 행보를 샤워실의 바보 같다고 저격했다. 제롬파월 연준의장은 지난해 12월 13일 굥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한 적절한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며 “분명히 오늘 회의에서 논의한 주제이고 언제부터 긴축 강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come into view)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이 발언 이후 뉴욕증시가 요동쳤다. 뉴욕증시 뿐 아니라 코스피 코스닥 달러 엔화 환율 국채금리 국제유가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 암호화폐도 파월의 발언 이후 널뛰기를 했다. 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연준의 기준금리가 고점이나 고점 부근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상 종결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금리인하도 언급했다. 불과 10여일전만해도 시기상조라고 했던 금리인하라는 말을 본인이 스스로 꺼낸 것이다. 그는 경제 여건 변화에 대응한 추가 긴축 카드를 여전히 정책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았다면서도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였던 이날 회의에서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할 지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 회견 모두발언에서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파월 연준의장은 이어 연준 경제전망 보고서에 포함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전망 점도표를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FOMC 참석 위원들의 관점"이라고 소개했다. 이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이는 현 금리(5.25∼5.50%) 대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특히 점도표 작성 과정을 언급하며 이날 회의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미국의 연준의 점도표 공개와 파월 의장의 '인상 종료' 회견에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하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는 등 뉴욕증시가 강세를 나타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2023년 12월13일 기자회견 발언

●“언제부터 긴축 수준을 낮추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분명히 전 세계의 논의 주제이자 오늘 회의에서 우리가 논의한 주제다. 앞으로 이 주제가 우리의 화두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가 있다.”
●“우리는 (얼마나 고금리를 유지해야할지) 매우 집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정점 또는 부근에 근접했다(we‘re at or near that)고 생각한다.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션이 최고치에서 완화됐고, 이는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는 매우 좋은 소식이다.”

●“지금 경제가 불황이라고 생각할 근거는 거의 없다.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은 항상 존재한다. 이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상관없이 의미 있는 확률이다.”

●“최근 지표에 따르면 경제활동 성장세가 3분기에 엄청난 속도에서 상당히 둔화됐음을 알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전반적으로 약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기업 투자가 둔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싸움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필요하면 정책을 더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 FOMC 참가자들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지도 않다.”

●“금리 인하는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으며, 긴축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일자리 증가세가 여전히 강하지만 인구 증가와 고용시장 참여를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극심한 공급 부족 시대는 지나갔다. 임금상승률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 2% 보다 높지만 점차 냉각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는 제롬파월의 이 발언은 연준 피벗 선언으로 까지 받아들였다. 피벗이란 농구에서 온 말이다. 농구 경기에서 볼을 잡고 있는 선수가 한 발을 플로어에 딛은 채( 이른바 피벗 풋) 다른 발을 한 번 또는 여러 번 어느 방향으로 든지 옮겨 딛으며 찬스를 만드는 플레이를 말한다. 코트에서 리브 볼을 잡은 선수의 피벗 풋의 설정은 두 발을 플로어에 딛고 서서 볼을 잡았을 경우에는 그 다음 어느 한 발을 플로어에서 떼는 순간 다른 한 발이 피벗 풋이 된다. 움직이고 있거나 드리블을 하고 있을 경우에는 만일 한 발이 플로어에 터치되어 있다면 그 발이 피벗 풋이 된다. 농구 선수가 피벗을 한 다음 드리블을 하고자 한다면 피벗 풋이 플로어에서 떨어지기 전에 볼이 손에서 떠나야 한다. 선수가 피벗 풋을 플로어에서 들어 올렸다면 피벗 풋이 플로어에 되돌아오기 전에 반드시 패스나 슛을 해야 한다. 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에는 트래블링 바이얼레이션(Traveling violation)이 된다. 연준 비펏이란 농구의 피벗처럼 통화정책의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랬던 제롬파월 연준 의장이 올들어서는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 CBS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당분간 금리인하는 없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의외로 강해 언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2%로 하락할 것이라는 확신을 더 갖고 싶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내 생각에는 FOMC가 7주 뒤인 3월 회의 때까지 (물가에 대한) 자신감이 그 정도까지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며 "우리는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매우 중요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좀 더 많은 자신감을 원할 뿐"이라고 발언했다. 제롬 파월은 1월 31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하면서 “3월 회의가 열릴 때까지 인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 않다”고 발언한 있다. 두번 연속으로 금리인하를 경계하는 신호를 낸 것이다. 불과한달전의 대왕비둘기와 같은 금리인하 기조와는 사뭇 다른 기조이다.

뉴욕증시에서는 파월의 대왕비둘기 발언 이후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너도나도 ‘3월 첫 인하’를 예상하면서 주식과 채권을 사들여 ‘산타 랠리’가 펼졌다. 연준 피벗에 베팅하면서 랠리를 이어간 것이 다. 뉴욕증시 랠리를 부추겼던 제롬 파월 의장이 돌연 재차 투자자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하면서 시장에서는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제롬파월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비유한 이유이다.

제롬파월의 변신에 미국 달러화 가치는 다시 오르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4.1을 기록, 8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에 비해선 3%가량 오른 것이다. 올해 마이너스 금리 탈출이 예고되면서 1달러당 141엔까지 올랐던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가 강세로 가자 도로 달러당 148엔으로 약화됐다. 원화 환율도 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 여파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한 달 전 파월의 대왕 비둘기 발언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로서는 큰 낭패를 당한 셈이다,

재롬파월 연준 의장이 샤워실의 바보처럼 태도를 돌변한 일차적인 이유는 경제지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용지표가 심상치 않다. 미국 노동부는 최근 올 1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35만3천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뉴욕증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8만5천건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무려 2배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증가 폭도 직전 발표에서의 21만6천건에서 33만3천건으로 상향 조정됐다. 2023년 하반기 이후 월간 고용 증가 폭이 20만건 언저리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2개월 연속 고용 증가 폭이 30만건을 웃돈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실업률은 3.7%로 3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문가 전망치(3.8%)를 밑돌았다.

뜨거운 고용시장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제동인 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미국 연준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하려면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강조해왔다. 경제상황을 잘못 판단해 성급하게 금리인하 분위기를 띄웠다고 고용보고서가 예상 보다 뜨겁게 나오자 입장을 돌변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변신의 두 번째 요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대선에서 유력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재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면서 민주당을 돕기 위해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6년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을 재임명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인플레이션을 놓쳤다"고 답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공격을 의식해 조기 금리인하 카드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던 연준 의장의 오락 가락 행보는 시중에 혼선을 증폭시킬 수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파월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 하기보다는 큰 호홉으로 파월의 속내를 읽어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샤워실의 바보와 함께 살아가려면 그만큼 수고를 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