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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트럼프가 김정은·시진핑·푸틴과 손 잡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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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트럼프가 김정은·시진핑·푸틴과 손 잡으면

트럼프, 우방국 멀리하면서 적대국과 '담판 쇼' 준비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가 오면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생각할 때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트럼프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마치고, 4일 뒤 폭스 텔레비전에 출연했을 때 일이다. 그는 ‘폭스 앤드 프렌즈’ 프로그램에서 김 위원장을 강력한 지도자(strong head)라고 지칭한 뒤 “그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어 “김 위원장이 말을 하면 ‘피플(people)앉은 상태에서 차려 자세를 한다”며 “마이 피플(my people, 미국 국민)이 똑같이 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 발언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김 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를 부러워한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미국 라이스대학의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블링클리 교수는 "트럼프 독재자를 선망한다"고 진단했다. 블링클리 교수는 "김정은이나 푸틴과 같은 종신 대통령에 매료되고, 그들이 전화 한 통으로 정적을 파멸시키는 것을 부러워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내심 트럼프의 재등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더는 상대할 생각이 없다. 김 위원장이 미·중 대결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임도 보고 뽕도 따려면’ 트럼프와 그 뜨거웠던 브로맨스를 복원하는 길밖에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간지러운 연서(戀書)를 줄곧 주고받았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에게 ‘매우 재능 있는 사람(very talented man), 똑똑한 젊은이(smart guy), 뛰어난 협상가(very good negotiator)’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푸틴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4일 국영방송 로시야1과 한 인터뷰에서 "(내 선택은) 바이든이다. 그는 더 경험이 있고 더 예측할 수 있는 인물이며 구식 정치인"이라고 했다. 푸틴의 이 발언은 전형적인 ‘스핀(spin)’이다.

트럼프는 집권하면 우크라이나를 더는 지원하지 않으면서 푸틴과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겠다고 공언했다. 더욱이 트럼프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지 않으면 러시아의 나토 회원국 침공을 ‘장려’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14일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 유세에서 방위비 지출 목표(연간 국내총생산의 2%)를 충족하지 못한 나토 회원국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지금 트럼프의 재등장 우려로 패닉에 빠져 있다.

시진핑의 중국도 트럼프의 선전을 내심 응원하고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최근에 보도했다.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를 공언했지만, 미·중 간 완전 디커플링은 미국 경제에도 재앙이다. '포린 폴리시'는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분열하면 미-EU의 대중 협공 체제가 붕괴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가 대만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대만 언제든지 '체스 말'에서 '버려진 말'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시진핑·푸틴과 손을 잡으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해답이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지금 준비해야 할 플랜B의 요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