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미국에서 선거는 지지 유권자 투표장 끌어내기 싸움이다. 투표율이 줄잡아 50~60%에 그치기에 누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이런 이유로 경제 상황과 함께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의 인종, 나이, 성별, 학력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6년 ‘사커 맘’, 2004년 ‘나스카 (NASCAR) 아빠’, 2012년 ‘월마트 맘’, 2016년 ‘부머 할머니’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는 ‘이중 혐오자’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역대급으로 낮다. NYT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0월 당시에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그룹에서 바이든에 대한 호감도는 53%였다가 이번에는 41%로 낮아졌다.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는 현재 44%가량이다.
그렇다고 이중 혐오 유권자층에서 트럼프에게 유리한 요소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 경제를 위해 어느 후보가 더 나을 것 같냐고 이들에게 물으면 다른 유권자층과 비슷하게 트럼프를 더 많이 꼽는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출구 조사를 해보면 투표 결정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경제 문제다. 그러니 이중 혐오 유권자들이 둘 다 싫지만, 경제를 생각해서 트럼프를 고를 수 있다.
이중 혐오 유권자의 선택은 세 가지다. 한 표를 던지고 싶은 후보가 없으니 아예 기권할 수 있다. 아니면 제3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에게 투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과 트럼프 중 조금이라도 덜 싫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이중 혐오 유권자층의 부상은 한국 총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유권자 중에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자와 총선 후보가 모두 싫은 유권자들이 상당수 있다. 이 틈새를 노리고 제3 지대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이중 혐오 유권자가 이번에 얼마든지 당락을 가를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