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자신의 몸에 탄소를 저장하는데 이는 나무 1000그루 이상을 심는 효과라고 한다. 또한 고래의 배설물은 영양분이 풍부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 플랑크톤이 지구 산소의 50%를 뿜어낸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으니 기후 위기의 지구에서 사람도 환경을 지키고 고래처럼 생명을 싹틔우길 소망하는 조형물인 셈이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사월의 끝자락인데 아직도 꽃바람을 쐬지 못했다면 이곳을 찾으시길 강권한다. 세상의 아름다운 꽃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꽃의 천국이 따로 없다. 특히 나의 눈길을 끈 곳은 장미원이다. 행사 기간 총 1만534㎡ 면적에 2만 송이 장미가 가득 펼쳐진 장미원을 걷다 보면 다양한 색과 크기의 장미들이 뿜어내는 꽃향기에 맘껏 취할 수가 있다. 한낮의 햇볕이 제법 따가운데도 꽃밭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꽃처럼 환하기만 하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마다 사람들이 줄 서 있고 나무 그늘엔 삼삼오오 모여 앉아 늦은 봄날을 즐기는 모습이다.
다양한 꽃들의 색과 향에 취해 박람회장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프다. 행사장을 빠져나와 등꽃 그늘 환한 벤치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했다. 보랏빛 꽃송이 사이로 벌떼가 잉잉거린다. 저만치 칠엽수 너른 이파리 사이로 아이스크림 닮은 칠엽수 꽃송이도 눈에 들어온다. 꽃을 보고 돌아서려니 연인과 헤어지는 것처럼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옛말이 아니어도 내일 질 것을 두려워해 피지 않는 꽃이 없고, 피어난 꽃의 시간은 매우 짧다. 기다려주는 법이 없는 꽃을 보려면 꽃이 필 때 맞춰 찾아가 보아야 한다.
야생화 한 송이를 보려고 높은 산을 오르거나 깊은 계곡을 헤매는 것에 비하면 박람회장에서 만나는 꽃들은 온갖 음식들로 넘쳐 나는 즐비한 뷔페 음식 같다. 꽃이 예쁘다고 모든 꽃을 다 볼 수도 없고 다 기억할 수도 없다. 모든 꽃을 다 보고자 하는 것은 뷔페 음식을 모두 먹어보려는 것과 같다. 그러다가는 배탈이 날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꽃,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꽃을 오래 보고 가슴에 새기는 게 좋다. 그렇게 눈에 담은 꽃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꽃이 된다. 이 봄날이 가기 전에 꽃에 허기졌다면 고양국제꽃박람회를 찾아 친구나 가족, 이웃들과 어여쁜 꽃들의 색과 향을 즐기며 향기로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