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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오바마와 바이든 vs 윤석열과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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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렌즈] 오바마와 바이든 vs 윤석열과 한동훈

오바마는 민주당 정권 재창출 위한 선택에 집중, 윤 대통령도 오바마의 길을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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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서 지금 대통령과 2인자(또는 후계자)의 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관계 재정립 문제가 태풍의 눈이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중도 하차를 하는 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오바마는 지난 2008년 대선 당시에 초선 상원의원이었다. 오바마는 민주당의 유력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후보가 됐다. 흑인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부족했던 오바마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백인 중진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로 낙점했다. 오바마는 대선 승리 후에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전격 발탁했다.

오바마는 2015년 말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이 아니라 힐러리를 지지해 도널드 트럼프와 맞서도록 했다. 이때 바이든이 오바마에게 얼마나 서운한 감정을 느꼈을지 짐작이 간다. 바이든은 그 당시 아들 보 바이든이 지병으로 사망하자 심리적 공황 상태였고, 어쩔 수 없이 아들의 죽음을 이유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끝내 패배하자 바이든이 민주당에 분통을 터뜨렸다. 힐러리가 ‘노동자 계층(working class)를 결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에서 보란 듯이 트럼프를 꺾었다. 바이든은 “내가 나갔으면 2016년 대선에서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바마에 대한 원망이었던 셈이다.

바이든이 오바마의 지원을 받아 2016년 대선에 나갔으면 승리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바이든은 4년을 기다리는 바람에 78세에 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81세에 재선을 노리다가 고령 논란 끝에 포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바마는 측근들에게 “바이든 대선 승리로 가는 길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이 의원들의 잇단 퇴진 요구 뒤에는 오바마가 있고, 그가 꼭두각시를 흔드는 사람이라 생각해 격앙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바이든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바이든은 오바마가 적극적으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도 무언의 사퇴 압력으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바이든의 핵심 참모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줄곧 바이든 하차론을 주장했다. 오바마는 사퇴를 선언한 바이든에게 ‘최고의 애국자’라고 찬사를 보냈다.

오바마는 민주당 유력 인사 중 마지막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오바마 부부는 해리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표명하는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오바마는 바이든과의 복잡한 ‘과거사’를 의식해 바이든이 후보 자리를 내놓자마자 해리스 지지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오바마의 이런 행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바마는 그 무엇보다 오바마 정부 8년, 바이든 정부 4년의 정치적 업적과 유산을 트럼프가 일거에 파괴할 것으로 우려한다. 오바마는 줄곧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해답을 찾으려면 오바마를 보면 된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만찬 회동에서 참석자들에게 “한 대표를 잘 도와주라”고 당부했고, 한 대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자”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개인 관계를 뒤로한 채 정치적·정책적 목표를 공유하면서 한배를 타고 항해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 보수정권의 운명이 판가름 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