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조원대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는 현재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티몬의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를 선정했다. 12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온 오아시스는 이번 인수로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고 기업공개(IPO) 재도전의 발판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위메프도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인수 후보로는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제너시스BBQ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업계에선 BBQ가 자사몰과 글로벌 K치킨 전략을 염두에 두고 이커머스 진출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티메프는 미정산금 회수를 원하고 있는 채권단 설득 작업 등이 남아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티메프 사태의 여파로 유통업에 대한 '투자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지난 3월 4일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가 홈플러스로부터 2조7000억원 규모의 채권자 목록을 제출받은 상태다.
명품 커머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발란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명품 커머스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발란은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인수합병(M&A) 추진 허가를 받아 조기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발란은 4월 11일 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발란은 지난해 기준 국내 1∼5위 회계법인에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용역제안서(RFP)를 발송했다.
티메프 사태 이후 유통사들의 IPO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무산되던 상황에서 투자 심리는 한동안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유치하거나 IPO 등을 위해서는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유동성 폭탄이 연이어 터지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유통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홈플러스와 발란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으로써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 고물가 속에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투자까지 끊긴다면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의 존망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한 몸부림은 이미 시작됐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최근 입점사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최근 2주간 구매 확정된 거래에 대해 익일(영업일 기준) 선(先)정산을 진행한다.
11번가는 발란의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개시로 어려움을 겪는 판매자들에게 빠른 정산과 판촉을 지원한다. 11번가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에 입점한 판매자 중 국내 사업자로 등록된 발란 피해자를 대상으로 ‘11번가 안심정산’을 우선 적용한다.
또 우아럭스에 입점을 희망하는 정산지연 판매자들에게도 안심정산을 추가 확대한다. 가품 판정시 결제금액의 100%를 환불하고 100%를 11페이포인트로 적립해주는 ‘가품 200% 보상제’와 같은 우아럭스 판매 정책에 동의 시 입점이 가능하다.
현재 글로벌 유통업계는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마케팅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분야는 아직 완전한 승자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어떤 업체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할 때 이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기업들과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유통업체뿐 아니라 금융업이나 서비스업 전반에도 해당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뛰어 넘기 위해선 유통업계 경영진들이 겉치레식 투자, 유행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투자를 피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점이다.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