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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에너지 안보 톺아보기] 대한민국 에너지 독립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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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에너지 안보 톺아보기] 대한민국 에너지 독립 선언문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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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국제정치학 박사)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이 땅에서, 지금 우리는 에너지라는 새로운 시대의 주권을 놓고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선언은 단순한 정책 변화의 요구가 아니라, 실존적 위협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 근본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성을 천명하는 것이다.

1960년대 산업화 시작 이후, 우리는 오랜 기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현실을 마주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경제적 부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명줄을 외부의 힘에 맡긴 위태로운 상태임을 재삼 인식한다. 현대 사회에서 주권의 핵심은 에너지이다. 어느 국가이든 스스로의 에너지 수급을 책임지지 못하고 시스템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의 주권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

세계는 지금 격랑이 이는 바다처럼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의 무기화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우리의 에너지 안보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냈다. 동시에, 기후변화의 가속화는 에너지 전환을 단순한 경제·환경정책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변화시켰다. 이제 대한민국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결단의 시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에너지 주권파(Energy Sovereigntists)’로 규정하고자 한다. 이는 진영이나 이념과 무관하게, 국가적 책임과 실천 의지를 담은 정체성의 선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체제가 외부환경이나 시장 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국민의 의지와 기술에 기반하여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체계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힘이 정치적 주권이라면,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기술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에너지 주권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존재 방식과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는 문제이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떤 나라로 남을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3.1운동이 새롭게 세워질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정립했던 것처럼, 이 선언문은 금후로 이어져갈 새로운 국가의 에너지 체제와 비전을 천명하고자 한다.

첫째, 에너지 독립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전제 조건이다. 자립적인 에너지 체계가 없는 국가는 외부 변수에 휘둘릴 수밖에 없으며, 안보와 번영의 기초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외부 의존을 줄이고, 스스로의 전략적 회복력을 갖춘 에너지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청정수소·재생에너지·원자력을 아우르는 국내 에너지 생산 기반을 균형 있게 강화하고, 실현 가능한 전환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극히 위험하며, 기후 대응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다원적이고 단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 자립 없이는 에너지 주권도 없다. 전력망과 핵심 기술의 독립성은 단지 경제적 자산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 그 자체이다. 우리는 독자적인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여, 안보와 산업의 토대를 스스로 세워야 한다.

넷째, 에너지는 중앙정부만이 아닌 지역과 공동체가 함께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은 효율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높이며,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 개개인이 에너지 시스템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현이자 자립 공동체의 출발점이다.

다섯째, 국제 협력은 주권을 전제로 한 호혜적 연대 외교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수입 구조나 종속적 협력은 국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우리는 책임 있는 주권국가로서 국제 질서 형성에 적극 참여하고, 공동의 이익에 기반한 글로벌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 선언은 그저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외침이나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선언이 아니라, 기술과 제도, 국민의 참여 위에 세워질 실천의 문서이다. 우리는 산업 기반 강화, 분산형 인프라 확대, 수요 구조 전환, 시민 교육을 통해 이 선언의 내용을 현실 속에 구현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전환을 선택하고자 한다. 이는 오늘의 결단이자,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기록이며, 대한민국이 진정한 에너지 주권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에너지는 자유요, 정의이며, 곧 주권이다. 에너지 주권을 되찾는 길은, 이 나라가 진정으로 독립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