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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욕심을 버리면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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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욕심을 버리면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진다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37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산야에 무성한 초목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거기에 있으므로 저절로 아름다움을 준다. 땅을 정화하고 좋은 공기로 건강을 지켜준다. 먹을 것을 주어 생명도 지속시키고 목재로 인간의 생활을 돕는 등 무한한 덕을 베푼다. 무위란 그런 것이다.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삶을 영위함으로써 저절로 위해지는 것, 그것이 위함 없이 위하는 도의 본질이며, 초목은 도의 본질인 무위한 덕으로 존재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자가 본받아야 할 최고의 덕목이 바로 무위한 도의 본질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초목처럼 무위의 덕으로 백성을 위하면 나라 풍속이 아름다워진다. 이러한 무위의 본질을 깨달은 노자는 말했다. 도는 항상 무위로 위하지 않음이 없다. 제후와 왕이 능히 무위를 지킬 수 있다면 그와 같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물은 스스로 교화된다.

그러나 무위가 아니고 작위적으로 교화해서는 안 된다. 무위로 욕심을 진정시켜야만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질박해질 것이다.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질박해지면 욕심이 없어지고, 욕심이 없어지면 고요함이니 천하가 스스로 다스려진다고 하였다. 눈을 들어 숲을 보자 저절로 무성하게 자라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누가 그리하는가? 도의 성분과 성질과 작용이 무위로 그리한다. 그와 같이 권력자가 도로서 무위로 천하를 위하면 산야의 초목이 도에 의해 무성해지듯, 백성은 스스로 교화되어 풍요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탐욕을 삭이지 않으면 재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탐욕이 불꽃처럼 일어나면 굳센 의지로 욕심을 누르되 즐거운 마음으로 하라고 하였다. 무엇이건 마음을 즐겁게 하면 싫증을 느끼지 아니하고 기쁘게 뜻을 이를 수 있다. 그리할 수 있는 방편은 명상 수행이 으뜸이다. 명상은 불교의 역대 조사의 화두였고, 위대한 성자 석가모니 붓다를 열반에 이르게 해준 최상의 지혜였다.
명상으로 일체 번뇌를 여읜다는 것은, 옛 성자의 지혜를 본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비록 명상으로 최상의 경지에 올라 깎지 않은 통나무처럼 질박해졌다고 해서 일반 중생이 모두 그리되기는 어렵다.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요원할지도 모른다.

번뇌 중에서도 가장 멸하기 어려운 욕망이 들끓는 탐욕이다. 붓다와 역대 조사들처럼 탐욕을 완전히 멸하고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할 만큼 고통을 감내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그 어떤 값진 것도 버려야 한다. 권력욕 명예욕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성욕까지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묘하게도 목표 목적 달성을 위한 의무감이라든지 무엇을 이루면 어떤 존재가 된다든지 하는 따위 욕망의 성취에 뜻을 두고 행하는 그 어떤 것도 이루기 어렵다. 거기에는 또 다른 번뇌가 들끓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노자는 마음을 즐겁게 하라고 하였다. 마음이 즐거우면 세상 어떤 일도 못 할 것이란 없다. 즐거움은 행복이고 행복은 마음속의 선도 악도 춤을 추고 반겨 즐긴다. 그러므로 붓다의 입술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 싫증과 즐거움은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와 같다.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 더 싫어지지만 싫은 것을 억지로라도 미소를 머금고 하면 즐거워지는 것이 사람의 묘한 심리다. 화가 날 때도 미소를 머금으면 화가 사라지고, 미움과 증오가 솟구쳐도 미소가 머금어지면 마음에 평화가 깃들어진다. 이렇듯 만 가지 번뇌가 마음 하나에 매여있는 만큼, 좋은 일이건 좋은 생각이건 나쁜 일이건 나쁜 생각이건 웃음을 잃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특히 이 장에서 강조하는 바, 욕심이 없어지면 고요함이고, 고요함은 천하가 다스려지는 질박한 통나무처럼 무위에 이른다고 하였다. 기쁠 때도 웃고, 슬플 때도 웃고, 괴로울 때도 웃고, 특히 번뇌가 치밀 때는 더 많이 웃으며 명상에 들어보자. 그런 습관이 대도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이르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