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사설] 경제성장 막는 기업 차등 규제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사설] 경제성장 막는 기업 차등 규제


정부가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각종 규제를 하는 바람에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도 평균 1.4%에 불과하다. 사진은 서울 도심 기업 건물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정부가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각종 규제를 하는 바람에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도 평균 1.4%에 불과하다. 사진은 서울 도심 기업 건물 전경.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비중은 1만 개 중 4개꼴이다.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도 평균 1.4%에 불과하다.

정부가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각종 규제를 하는 바람에 생긴 현상이다. 중소기업으로 얻는 혜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기업을 쪼개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어른인데도 아이 행세를 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대한상의의 조사를 보면 기업별 차등 규제는 12개 법안에 343개에 이른다. 경제 형벌 관련 조항만 6000개다. 경제 관련 12개 법에는 자산 총액과 매출액 근로자 수 등을 기준으로 매기는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를 담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순간 94개의 규제가 새로 생기는 식이다. 대기업이 되는 순간 329개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대기업 중에서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규제는 더 늘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간 한국 10대 기업은 2개만 바뀐 상태다. 미국 10대 기업이 같은 기간 9개가 바뀐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만 늘다 보니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는 의미다.

갈수록 기업의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도 이런 규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규제가 경제성장을 막고 민간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란 지적이 커지는 근본 이유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탈출구가 성장을 가로막는 역차별 규제에 있는 셈이다. 기업인의 생명은 경영권이다. 경영권을 보장해줘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논리다.

기업을 공공재로 간주하거나 창업자의 기여를 무시하는 순간 기업가 정신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상법 개정안에 기업들이 반대하는 것도 경영권을 침해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노조와의 힘겨운 교섭을 피해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한국 제조업체가 급증한 게 이를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