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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타산지석 삼을 일본의 대미 투자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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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타산지석 삼을 일본의 대미 투자협정

일본은 앞으로 3년 반 동안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사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은 앞으로 3년 반 동안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사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일본은 앞으로 3년 반 동안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일본의 연간 대미 투자액의 7~8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미일 투자합의서를 보면 투자 분야와 세부 투자처의 결정권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반도체와 의약품 광물 에너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9개 투자 분야에 대한 최종 결정은 미국 몫이다. 일본기업은 공급처 선정과정에서 우선한다고 돼 있으나 미국기업과도 경쟁해야 할 처지다.

이익 배분 구조도 불평등하다. 예를 들어 미국 내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할 경우 일정 기간 50%의 이익금을 챙길 수 있으나 대출금 상환 이후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일본 정책금융기관이 미국 경제와 산업을 위해 자금을 제공하는 셈이다.

최악의 경우 투자사업을 통해 이익이 나오기 전에 현금흐름을 기초로 미리 배당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국 정부의 재정수입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투자자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관세율을 재인상할 수 있도록 한 벌칙조항도 있다. 일본 정부의 SPC 출자금은 일본 국제협력은행과 무역보험에서 대출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물론 이들 기관은 민간은행의 대출을 보증하는 역할만 할 수도 있다. 만약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일본 엔화약세 충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나은 협약을 맺는 게 중요하다.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480조 원)는 외화보유액 4200억 달러의 83%에 해당하는 액수다. 미국에 직접 투자하면 국내 외환시장 충격도 불가피하다.

한국의 연간 획득 가능한 외화 규모는 200억에서 300억 달러 내외다. 게다가 기축통화국도 아니다. 일본과 유사한 방식의 투자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 요인은 없는지 더 따져봐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국익을 위한 전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