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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벚꽃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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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벚꽃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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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엔딩 / 백승훈 시인
온통 벚꽃 천지다. -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 이 거리를. 밤에 들려오는 자장노래 어떤가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주말 오후 벚꽃 찬가와도 같은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꽃그늘마저 환한 우이천의 벚꽃나무 아래를 걸었다. 36만 그루의 진해 벚꽃 터널의 장관엔 못 미친다 해도 우이천의 벚꽃도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기엔 부족함이 없을 만큼 눈부시고 화사하다. 은빛 햇살 아래 뭉게뭉게 피어난 벚꽃은 세상을 더 환하게 밝혀주고, 하늘을 더 푸르게 만들어 준다. 벚꽃 나무 아래에 서면 이 세상이 이 세상 같지 않고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하고, 두께가 느껴지지 않는 흰 꽃잎들은 누군가 크게 재채기라도 하면 금세 화르르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일본의 국화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벚꽃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누군가와 만개한 벚꽃 가로수 길을 걷지 않고 어찌 봄 속을 걸었다 할 수 있으랴. 벚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식민 통치의 한 방편으로 창경궁에 벚나무를 심고 벚꽃 축제를 열며 일본은 제국주의의 상징인 벚꽃을 우리나라에 이식하고자 했다. 일본에서 벚꽃은 ‘아름다움, 순결, 지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사무라이와 죽음의 상징이자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의 상징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침략과 약탈과 전쟁과 죽음’이라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사쿠라’이지 어여쁜 벚꽃은 아무런 죄가 없다. 한꺼번에 폭죽이 터지듯 화르르 피었다가 속절없이 져 내리는 벚꽃은 이 짧디짧은 봄날의 상징 같기도 하고, 유한한 인생의 은유와도 같은 벚꽃만큼 우리를 봄의 절정 속으로 밀어 넣는 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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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엔딩 / 백승훈 시인

우리는 흔히 벚나무라 뭉뚱그려 말하지만 벚나무 외에도 왕벚나무·산벚나무·올벚나무·잔털벚나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벚나무류를 형태적으로 구분할 때 암술대에 털의 유무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암술대에 털이 있으면 올벚나무와 왕벚나무, 없으면 벚나무·잔털벚나무·산벚나무로 구분한다. 올벚나무와 왕벚나무는 꽃받침통의 모양이 서로 다른데, 올벚나무는 항아리 모양, 왕벚나무는 원통형을 가진다. 그래서 꽃이 피는 봄에 구분하기 쉽다.

꽃이 진 뒤엔 수피와 잎의 모양, 꽃자루·잎의 털 유무로 구분할 수 있다. 올벚나무는 다른 벚나무에 비해 오래된 줄기의 수피가 세로로 터지며 잎의 끝이 점차 뾰족해지는 모양이라서 급하게 뾰족해지는 다른 벚나무류와 구분된다. 벚꽃 축제가 열리는 곳의 대부분 벚나무는 왕벚나무인데 일본의 상징 같아서 벚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그 왕벚나무 자생지가 제주도란 사실은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봄꽃들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동시다발로 터지는 꽃 폭죽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요즘이다. 그중에도 한 번에 피었다가 꽃비가 되어 한 번에 지는 벚꽃은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그 눈부신 아름다움을 못 볼 수도 있다. 축제가 끝나도 일상은 지속되듯이 꽃이 진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게 겨울을 보냈다면 벚꽃이 지기 전에 잠시 짬을 내어 이 눈부신 봄날의 낭만을 누리는 호사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등을 감싸 오는 따스한 봄볕의 온기를 느끼며 눈부신 벚꽃나무 아래를 걷다 보면 아름다운 벚꽃보다 빛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설령 벚꽃이 진다고 해도 슬퍼할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꽃을 절정의 순간으로 인식하지만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꽃이 진 뒤에도 나무는 잎을 내고 열매를 맺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다.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그리고 가을 단풍까지 눈여겨보면 나무에게 아름답지 않은 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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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