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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썰'] 호황의 그늘, 멈춰 선 현장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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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썰'] 호황의 그늘, 멈춰 선 현장이 던지는 질문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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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역대급 수주 호황을 맞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K조선의 경쟁력이 다시 인정받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 호황을 마냥 반갑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운영하는 HD현대중공업이 최근 스스로 생산을 멈췄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7월 29일부터 사흘간 '안전 셧다운'에 들어갔다. 첫날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이후 이틀간 울산·군산조선소를 비롯한 전 사업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여기에 정기 여름휴가까지 겹치면서 8월 13일까지 약 2주간 조업이 멈추게 됐다. 이 기간 회사는 모든 공정의 위험성을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고, 위험 요인이 해소될 때까지 해당 공정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 기업이 스스로 이렇게 멈춰 서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HD현대중공업에서는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4월 울산조선소에서 정비 중이던 잠수함에 불이 나 협력업체 근로자가 숨졌다. 7월 18일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곤돌라와 작업 발판 사이에 끼여 세상을 떠났고, 엿새 뒤인 24일에는 군산조선소에서 또 다른 협력업체 근로자가 작업 장비와 선박 블록 사이에 끼여 숨졌다.

반복되는 사고, 무엇을 말하는가
주목할 점은 HD현대중공업이 최근 몇 년간 비교적 안정적인 안전관리 수준을 유지해온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기업에서 올해 들어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는 것은 이번 사고들을 개별적인 불운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신호일 수 있다. 현장의 안전관리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라는 의미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관계기관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다만 산업안전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면, 최근의 수주 증가가 낳은 생산 압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밀려드는 물량을 맞추려다 보면 현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공정 운영이 이뤄지기 쉽다. 여기에 신규 인력과 외국인 근로자가 짧은 시간에 대거 투입되면서 생기는 숙련도와 의사소통의 한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런 요인들이 겹쳐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산업현장에서 경계해야 할 순간은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물량을 소화하려는 바로 그 순간이다. 이때 안전관리 역량도 함께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감이 늘어난다고 해서 사람과 시스템이 저절로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간극이 벌어질수록 위험은 조용히 커진다.

안전은 생산 이전의 조건이다


안전은 생산이 끝난 뒤 결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갖춰 놓아야 하는 조건이다. 현장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공정을 운영하고, 작업자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의사소통을 강화하며, 위험을 느낀 사람이라면 누구든 즉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비로소 사고 예방은 현실이 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를 단순한 숫자로 남겨서는 안 된다. 세상을 떠난 노동자는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남편이었고, 아버지였다. 조선업 호황이라는 밝은 소식 이면에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셧다운 기간이 단순한 설비 점검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장의 작업 방식과 안전관리체계, 조직 운영 전반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고의 근본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해서 재발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더 많은 배를 만드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더 많은 노동자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세계 최고의 조선소라는 이름도 함께 지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