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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종교개혁의 정신, 교회의 자기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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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종교개혁의 정신, 교회의 자기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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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중세 유럽에서의 교회는 신앙뿐만 아니라 정치와 교육,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교회의 권위가 높았다고 모든 백성의 삶이 평안했던 것은 아니다. 가난과 질병, 신분의 제약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신앙은 위로이면서도 권력의 통제 수단이 되기도 했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는 면죄부 판매를 비롯한 교회의 문제들을 비판하며 95개 논제를 발표했다. 인쇄술은 그의 문제 제기를 널리 확산시켰고 종교개혁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종교개혁은 교회의 권위보다 성경과 신앙의 본질을 다시금 되묻는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예배당에서 “주여, 주여”를 외친다고 신앙의 진실성이 저절로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예수는 말뿐인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삶을 강조했다(마태 7:21). 오늘날 신앙의 크기는 목소리나 직함이 아니라 약자를 대하는 태도와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랑으로 드러나야 한다.

예수는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고 물으셨다(마태 7:16). 겉으로 거룩해 보여도 열매가 부패했다면 그 삶은 돌아보아야 한다. 정의를 설교하면서 불의를 외면하고 사랑을 말하면서 약자를 이용한다면, 그 신앙은 삶의 진정성을 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루터가 제기한 개혁의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교회가 성경과 성령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권력과 부, 조직 확장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개혁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개혁신앙의 유산은 기념행사나 역사적 자부심이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다.

대형교회 자체가 부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많은 교회가 봉사와 구제, 교육에 힘쓴다. 그러나 교회 규모와 헌금, 유명 목회자의 영향력이 신앙의 성공 기준이 된다면 위험하다. 재정의 투명성, 지도자의 책임, 성도와 사회를 향한 섬김이 없다면 거룩함은 간판에만 남을 수 있다.

한국 교회는 급속히 성장했지만, 일부 교회의 상업화와 지도자의 비윤리적 행위, 교단 간 갈등으로 신뢰를 잃고 있다. 외형적 성장만으로 참된 신앙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한국 교회는 맘몬에 의한 물질적 성공보다 정직과 섬김, 이웃 사랑을 실천해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은 교리와 실천을 연결했다. 칼빈의 제네바 교리문답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하나님과 인간, 구원과 신앙생활의 원리를 가르친다. 교리는 지식에 머물지 않고 양심과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 믿음을 말하면서 정의와 책임을 외면하면 신앙의 진정성을 돌아봐야 한다.

교회의 부흥은 교인 수나 건물 규모가 아닌 회개와 공동체 변화에서 시작된다. 종교 지도자는 권위·이익보다 진리와 공공선을 앞세우고, 교회는 약자를 보호하며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종교개혁은 삶을 돌아보는 기준이다. 교회가 먼저 개혁할 때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국가와 종교 권력 앞에서 침묵하면 정의는 사라진다. 예수가 성전의 모순에 분노했듯 종교 지도자와 정치인도 잘못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비판은 사실에 근거하고, 지지하는 편의 잘못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진정한 용기는 편 가르기가 아닌 원칙을 지키는 데 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고 상대를 무조건 방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사실을 확인하고 약자의 권리를 지키며 자신의 잘못도 인정해야 한다. 거짓을 퍼뜨리거나 반대편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정의는 편견이 된다. 양심은 남을 심판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어야 한다.

지구촌 전쟁과 분쟁, 사회적 갈등, 질병과 빈곤이 많은 사람의 삶을 위협하는 시대에 종교는 편 가르기보다 생명을 살리는 언어를 선택해야 한다. 평화는 기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폭력을 줄이고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구체적인 실천이 함께할 때 진정한 평화의 길이 열린다.

한국 교회가 하나님 은혜를 믿는다면 가난하고 병든 이와 소외된 이웃을 외면할 수는 없다. 교회 재정과 인력이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이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은혜는 개인의 위로를 넘어 공동체의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랑은 감동적인 설교보다 내미는 손길에서 빛난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9주년을 맞아 오늘의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 권력보다 진리를, 이익보다 이웃을 앞세워야 한다. 정치와 경제도 정의와 공의를 지켜야 한다. 하나님 뜻을 말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거짓보다 진실과 사랑이, 평화가 자라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