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최근 물가 지표를 보면 그 의심은 더 짙어진다. 지난 14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2.4%에서 2.6%로 높아졌다.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가 에너지에서 출발해 물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연준 스스로도 지난 6월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을 2.7%에서 3.6%로 대폭 올려 잡았다. 2%라는 목표는 이미 몇 해째 닿지 못한 숫자가 되었다.
연준은 지난 9월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그렇다면 물가 상승 폭이 오히려 커진 지금 한 번 더 움직이는 것이 일관된 대응이다.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를 지낸 로레타 메스터도 경제 논리로는 인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선거만 아니었다면 이번에 인상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동결이 연준의 물가 대응 의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지금의 물가는 유가라는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 만큼 금리로 다스리기 어렵고, 9월 신규 고용이 2만9000명에 그칠 만큼 노동시장도 식고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공급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에 옮겨붙는 순간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더구나 통화정책에서 몇 주의 시차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이 무엇에 의해 내려졌느냐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다. 금리를 올리지 못한 이유가 선거라고 시장이 믿는 순간, 연준의 말은 무게를 잃는다.
역사는 이런 장면의 결말을 이미 보여주었다. 1972년 재선을 앞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아서 번스 연준 의장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풀라고 요구했다. 백악관 녹음테이프에는 그 압박이 생생히 남아 있다. 번스는 결국 이에 응했고 닉슨은 압승했다. 그러나 대가는 혹독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1974년 10%를 넘었고 1980년에는 14%대까지 치솟았다. 이른바 ‘대인플레이션’이다.
그 불을 끈 사람은 폴 볼커였다. 1979년 취임한 그는 기준금리를 20% 가까이 끌어올렸다. 실업이 급증하고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연준 앞으로 몰려들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고통을 딛고 미국은 이후 20여 년간 낮은 물가와 안정적 성장을 누렸다. 정치에 휘둘린 몇 년의 값을 치르는 데 한 세대의 고통이 필요했던 셈이다.
가까운 사례도 있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물가를 올린다는 독특한 논리로 중앙은행을 압박하며 말을 듣지 않는 총재를 잇따라 갈아치웠다. 물가가 뛰는 와중에 금리를 내린 결과 2022년 물가 상승률은 85%를 넘어섰고 리라화는 폭락했다. 정부는 뒤늦게 금리를 대폭 올리며 정책을 뒤집어야 했다.
교훈은 분명하다. 정치는 선거라는 짧은 주기로 움직이지만 통화정책의 효과는 긴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금리 결정을 정치에 맡기면 당장의 표를 위해 미래의 물가를 저당 잡히려는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중앙은행을 위한 특권이 아니라 그 유혹으로부터 국민의 화폐 가치를 지키는 장치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