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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때문 다 죽는다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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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때문 다 죽는다 ‘원성’

만기시 원도급 채무 하도급사 다 떠안는 모순
외담대 시한 폭탄’ 하도급사 부실 주요 원인
하도급사 외담대 피해 1조 초과 추정




[글로벌이코노믹=조상은기자]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건설산업에서 원도급업체(종합건설사)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인한 하도급사의 피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새로운 불공정 하도급거래 사례로 제기되면서 하도급사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하 외담대)이란 기존 어음제도의 후진적 폐해를 줄이고 중소기업의 금융부담 완화 및 하도급사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어음대출 결제제도 중 하나다.

2001년부터 시행된 외담대는 하도급자가 거래은행으로부터 외상매출채권(건설공사 하도급계약서)을 담보로 공사대금을 대출받아 조기에 현금으로 회수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 만기일에 원도급자가 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결제방식이다.

하도급자와 원도급자 모두 유동자금 확보에 유리하며 원도급자의 신용도에 의해 대출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이용이 가능하고, 인터넷상에서 간편하게 약정 및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외담대가 약속어음을 대체하면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의 주요 금융기관의 외담대 실적 조사 결과, 기업은행 2009년 2조5000억원에서 2011년 3조7000억원, 하나은행 1조7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 신한은행 2조6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또한 대한전문건설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전체 하도급공사대금 중 외담대 수령 비율이 37.7%에 달했다.

외담대가 업계에서 결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외담대의 제도상 허점으로 인해 하도급사가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고 있다.

대출 만기시 원도급사가 은행에 대금을 결제하지 않더라도 부도처리가 되지 않고 단지 연체처리만 돼 신용상 불이익만 조금 겪는 것에 비해 하도급자가 대출자이다보니 연체료와 대출금 상환 부담이 하도급사에 전가돼 원도급사의 채무를 하도급사가 떠안는 모순이 대표적이다.

금융기관과 원도급자가 외담대 약정 체결시 담보로 제공하는 외상매출채권(건설공사 하도급계약서)은 원도급자가 금융기관에 제공한 것이지만 금융기관에서는 하도급 계약서, 외상매출채권 등 담보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담보 제공자인 원도급사가 아닌 시공한 대가를 지급받은 하도급자에게 원도급자의 잘못을 전가하고 상환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원도급자가 만기일에 대출금을 갚지 않더라도 영업활동을 하는데 지장을 받지 않는 것에 비해 하도급자는 대출금 미상환시 재산ㆍ통장 압류조치로 금융거래 정지, 신용하락, 기존 대출연장 불가, 신규 대출제한, 협력업체 등록 배제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올해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건설 등 6개 업체와 거래한 하도급사 1198곳, 계약금액 총 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통상 개별 하도급사에서 보유한 채권 중 30~40%가 외담대와 관련된다는 점에 하도급사의 피해규모가 1조원 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177개 원도급사가 4404건, 2153억원의 외담대를 미결제한 것으로 나타나 하도급사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무리한 PF사업 추진, 아파트 미분양 등 종합건설업체 경영상 잘못으로 인한 부실책임을 하도급자에게 전가하고 상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회 정의와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하도급자가 원도급자를 대신해 대출금 및 연체금을 상환하는 것은 하도급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이로 인해 자금난 가중 및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서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실 시공에만 전념해 온 하도급 협력업체들의 동반 부실화를 초래하는 불합리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올해 주요 대형건설사의 기업회생으로 인한 하도급사 외담대 피해현황(전문건설공제조합 조사결과)
문제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는 사실상 부도난 일부 종합건설사들에서 부도신청 직전 대출을 시행하거나 만기가 6개월에 이르는 외담대를 시행하는 등 목숨연장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례로 A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4월 법정관리 신청 직전 3월말을 외담대 약 300억원의 만기일로 설정해 하도급업체들로부터 빈축을 산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워크아웃을 1년 만에 졸업한 B건설사가 최근 다시 채무불이행 위기로 외담대 225억원을 연체하면서 하도급업체 180개사가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연체자로 등록되기도 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외담대 제도의 취지는 퇴색하고 원도급 건설사의 부도를 막아주고 자금난을 해소시켜주는 반면 하수급자의 숨통을 죄는 원수급자에게만 좋은 제도로 전략한 실정”이라며 “원도급 건설업자들이 뿌린 외담대는 ‘외담대 시한폭탄’으로 불리면 하도급업체들의 주요 부실 원인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만기 미결제시 하도급자에게 상환 부담을 전가하는 외담대의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만기시 미결제한 원도급 건설사에 대해서는 PQ 및 적격심사시 감점제도를 신설하고, 원도급자보다 하도급자의 신용도가 높은 경우 할인율 적용방식을 개선해 제도 운영상 불합리한 부분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원도급사가 하도급 공사대금을 외담대로 지급 후 미결제시 (금융권의)하도급자에 대한 상황청구권을 폐지해야 하며, 미상환 전력이 있는 원도급사의 외담대 이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