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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벽에 갇힌 서울 재건축 "낡은 아파트서 계속 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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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벽에 갇힌 서울 재건축 "낡은 아파트서 계속 살라는 말인가"

구조안전성 비중 대폭 높이고, 주거환경은 낮춰...현장조사도 의무화 안전진단 강화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 통과단지 5곳 그쳐...노후단지 입주민 "생존권 위협" 원성
서울시 "기준 완화해 달라" 건의, 여당소속 구청장들 동조...국토부 "시기상조" 반대
서울 노후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높은 안전진단 기준의 문턱에 막혀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해당단지 주민들은 단지의 노후화로 입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인 만큼 현실을 반영한 안전진단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서울시·자치구-국토부, 안전진단 기준 완화 놓고 평행선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앞 도로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앞 도로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하수 기자

현행 안전진단 절차는 지난 2018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강화된 것이다. 정부는 2018년 2월 재건축 안전진단 과정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고, 주차공간이나 배관 시설 등을 반영하는 ‘주거환경’을 종전 40%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주거환경이나 설비 노후도 등 주민 실생활에 관련된 부분보다 구조안전성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어 지난해 6·17대책을 발표하면서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현장조사를 의무화해 안전진단의 벽을 한층 더 높였다.

이처럼 재건축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자 재건축을 바라는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노후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들도 안전진단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동조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위한 개선 건의안 공문을 국토부에 발송했다. 주요 내용은 노후 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이 가능하도록 현실적인 안전진단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강남·강동·노원·송파·양천·영등포·은평 등 서울시 7개구 구청장들은 지난 17일 최근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긴급 정책현안 회의에 참석해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세 부담 문제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등의 현안을 논의했다. 구청장들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요구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현재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지난 18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과 주택 공급기관의 간담회 관련 브리핑에서 “재건축 안전진단은 노후 건축물을 재건축하기 위해서 구조 안전성이나 경제성 평가가 엄격히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현재 시장 상황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이 부분(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좀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자료=국토교통부이미지 확대보기
현행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도. 자료=국토교통부

◇노후단지 주민들 “주차장 부족·배관 노후화…생존권 위협”

재건축 추진단지 주민들은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장벽이 입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기 전인 2015년 3월부터 2018년 3월까지 3년 간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56곳이다.

그러나, 기준이 강화된 지난 2018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6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도봉구 삼한 ▲서초구 방배삼호 ▲여의도 목화아파트 등 5곳에 불과했다. 서울의 대다수 노후 단지들이 높은 안전진단 문턱에 발목을 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목동의 한 중층 아파트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은 “주차공간이 비좁아 2중 3중 주차는 기본이며, 이 띠문에 주민끼리 서로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단지 내 주차용량을 넘어섰을 경우 단지 외곽 공용도로에 불법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건축 연한이 30년 이상 된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30년 넘은 배관 노후화로 난방 배관이 파열돼 온수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전하며 “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생존’이지 ‘생활’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장기적으로 공급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서울 시내에는 재건축 외에 신규 아파트 공급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건축의 여부를 결정하는 주거환경중심평가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까지 높인 건 사실상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재건축 투기를 일시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일으켜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