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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시공사 교체 바람, 한풀 꺾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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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시공사 교체 바람, 한풀 꺾일까

고급브랜드 적용‧공사비 갈등으로 계약해지 잇따라
도시정비법 개정 추진…시공사 해지 총회 요건 강화

대우건설과 결별 후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투시도. 사진=삼성물산이미지 확대보기
대우건설과 결별 후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투시도. 사진=삼성물산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현장에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의 조합과 시공사 간 불협화음이 주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고급화’를 둘러싼 양 측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며 결국 ‘시공사 지위 박탈’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포항 장성동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23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어 기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태영건설의 시공권을 박탈하기로 의결했다.

이 사업은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12만여㎡에 아파트 2433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조합은 지난 2016년 1월 총회에서 포스코건설·태영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공사비와 사업비 책정에 불만을 제기하자 조합은 ‘계약해지’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다른 정비사업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7월 시공사 DL이앤씨(옛 대림산업)와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지 1년 2개월 만의 일이다. 조합은 DL이앤씨와 도급공사비가 높다며 갈등을 빚다가, 최근에는 DL이앤씨의 고급 브랜드 ‘아크로(ACRO)’ 적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DL이앤씨는 최근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제안하며, 기존 계약 유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결별한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다.

조합은 지난 2016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당시 DL이앤씨가 제시했던 무상특화 설계 공약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지난 9월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해지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조합이 진행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두산건설 등 2개사가 참석했다.

동작구 흑석9구역도 새 시공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흑석9구역은 롯데건설을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했었다. 롯데건설이 애초 제안한 28층 설계안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조합과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고급 브랜드인 ‘르엘’ 사용 관련 불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최근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시공자 지위 확인의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공사비 2098억 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설계변경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지난 2019년 12월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해지에 반발한 대우건설은 곧바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공사 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했으며, 조합은 지난해 4월 삼성물산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했다.

1심에서 서울지방법원은 대우건설이 제기한 소에 대해 각하(却下) 결정을 내리며 조합 쪽으로 분위기가 기우는 듯 했지만, 2심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주된 시공사 해지 사유인 공사비 증액 요구에 대해서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정비사업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시공사 해지 절차가 현재보다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변경 관련 총회 의결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현재는 조합원 10% 이상이 직접 참석해야 시공사 해지를 의결할 수 있는데, 개정안은 시공사 선정 총회 의결 기준과 같은 조합원 50% 이상 직접 참석시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면서 공사비 증액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조합들이 시공사 교체를 하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앞으로는 조합이 무리하게 시공권을 박탈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