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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2차 이전 앞두고 ‘노란봉투법’ 변수…“기관보다 정착 환경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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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2차 이전 앞두고 ‘노란봉투법’ 변수…“기관보다 정착 환경 먼저”

의료·교육·교통 인프라 부족시 ‘직원만 지방 근무’ 반복…가족 동반 이주도 난항
수도권 지역사무소·파견 선호…“가서 살 수 있는 지역부터 만들어야”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에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방이전 밀실추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에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방이전 밀실추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노동조합의 교섭 범위를 넓힌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이 시행되면서다. 지방 이전 자체를 노조가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근무지 변경과 인력 재배치, 조직 개편 등 이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사·노무 문제가 노사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병원과 학교, 교통망 등 지방의 생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부터 옮길 경우 직원들의 반발과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는 것보다 직원들이 실제로 지방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공공기관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2차 행정·공공기관 지방 이전 과정에서 노사 간 교섭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 단계에서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이나 기능 조정 등의 큰 틀만 발표한 경우 기관이 이를 놓고 노조와 교섭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전 대상과 규모, 인력 배치 등이 구체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이전에 수반되는 배치전환이나 전보 등 인력 운영 문제가 노조의 교섭 요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최근 공장 신설·이전이나 사업 매각·인수 등 경영상 결정 그 자체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배치전환 등 구체적인 인력 운영 계획이 수립되거나 결정된 경우에는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실상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핵심 변수는 ‘어디로 옮길 것인가’보다 ‘어떻게 옮길 것인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가 문제 삼을 수 있는 사안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전 지역에 따른 근무지 변경과 전보는 물론이고 통근비와 주거비 지원, 가족 동반 이주 대책, 배우자와 자녀의 생활 지원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기관 이전 과정에서 조직 개편이나 용역업체 변경 등이 발생할 경우 고용 문제까지 쟁점이 확대될 여지도 존재한다.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노사관계의 지형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전 계획을 일방적으로 확정한 뒤 인력을 따라오게 하는 방식으로는 현장 반발만 거세질 수 있다.

실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벌써부터 지방 근무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 이전 대상 직원들 가운데 수도권 지역사무소 근무나 파견 등을 선호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으며 일정 기간 지방 이전을 피할 수 있는 인사 방안을 찾거나 그 기간에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생활 인프라가 꼽힌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교육과 의료, 생활편의시설 등이 부족하면 가족은 수도권에 남고 직원만 지방에서 생활하는 형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가족과 떨어져 살 것을 사실상 강요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전이 본격화하면 직원들을 설득하고 정착을 지원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직원들은 단순히 ‘이전 지역’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병원과 학교, 교통망, 주거시설 등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어느 수준까지 갖출 것인지까지 정부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을 먼저 옮겨놓고 인프라는 나중에 확충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2차 이전의 정착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관이 들어서면 인구가 늘고 그에 따라 생활 인프라가 확충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지만 초기 단계에서 직원들이 정착하지 못하면 오히려 기관과 지역사회 모두 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전 속도도 고민거리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이뤄지는 이번 2차 이전은 과거와 달리 이전 과정에서 노사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가족 이주와 생활 인프라 문제까지 겹치면 기관별 이전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적 부담도 변수로 꼽힌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분명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집단적인 노사 갈등으로 확대될 경우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특히 이전 대상 기관 직원들의 이탈이 가시화하거나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정책 추진 동력 자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다른 공공기관 직원은 “노란봉투법이라는 새로운 노사 변수가 생긴 상황에서 이전 속도만 강조하면 갈등부터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은 ‘이전 속도전’이 아니라 의료·교육·교통·주거 인프라와 노사관계를 함께 준비하는 ‘정착형 이전’”이라고 말했다.


이진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roj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