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하이브 원만한 합의 환영"
"JB금융지주, '더 큰 은행' 아닌 '더 가치 있는 은행' 되어야"
"JB금융지주, '더 큰 은행' 아닌 '더 가치 있는 은행' 되어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가 14일 글로벌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얼라인파트너스가 눈에 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이하 SM)를 상대로 기업 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변화를 끌어냈다.
SM 경영권 분쟁에서 현 경영진을 지지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2월부터 SM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하이브-카카오의 인수전 끝 승자는 카카오로 결정됐다. SM 지분 0.9%를 보유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가 불러온 나비효과다. 인수전 과정에서 경영진은 카카오와, 이 전 총괄은 하이브와 손잡은 바 있다.
최근 카카오와 하이브의 합의 소식에 이 대표는 "어느 쪽이든 나름의 원하던 바를 얻으며 원만하게 합의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며 "인수전의 기간이 길어지면 혼란이 초래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달 말 SM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며 오는 4월부터 기타 비상무 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7대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에도 주주 제안을 진행, JB금융지주를 제외한 모든 곳과 합의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수용하며 적정 수준의 배당확대 등을 약속했다.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한 주주행동 캠페인이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다만 JB금융지주와의 논의는 진행 중이다. JB금융지주는 주당 900원의 결산 배당과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 선임 등을 제안한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다른 금융지주와는 원만하게 대화가 잘 돼 감동스러웠다"며 "금융지주 경영진들이 겸허하게 주주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뜻깊게 받아들여 줬다"고 전했다.
이어 "JB금융지주 같은 경우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앞선 사례와 달리 현행 유지를 발표했다"는 말과 함께 "향후 JB금융지주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자본 배치 정책과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조금 더 많은 배당금이 목표는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다. 이 대표는 "그보다는 효율적으로 주가를 올릴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며 "주주들에게 중요한 주당 순이익과 사측에 중요한 회사의 성장 사이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현재 JB금융지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3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에 그치는 등 심각하게 밸류에이션이 낮은 상태"라며 "회사의 경영진들은 낮은 주가에 대한 경각심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조율이 성공해 JB금융지주가 단순히 '더 큰 은행'이 아니라 '더 가치 있는 은행'이 되는 모범 사례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얼라인파트너스가 SM과 금융지주를 선택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두 곳 모두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관련해 이 대표는 "과거 SM은 JYP 대비 절반 가격에 형성되었고 금융지주도 세계은행 대비 4분의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은행들이 자본 건전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점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대표의 다양한 경험이 축적된 결과다. 얼라인파트너스 설립까지의 과정에 대한 질문에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가치투자 동아리 '스누밸류(SNU VALUE)' 활동과 동시에 관련된 공부를 하며 펀드매니저를 꿈꿔왔다"며 "이후 골드만삭스에서 인수합병(M&A) 자문을 하고, KKR에서 회사를 통째로 매매하거나 운영하는 법을 배우는 등 새로운 걸 익힐 기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문제와 기회를 보고 있었던 와중 코로나19 이후 지난 2020년 말 공정경제3법 통과,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 등 환경이 조성되고 투자를 둘러싼 사회 분위기도 바뀌던 시점이 있었다"며 "투자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고 주주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며 이때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2021년 2월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올해 열심히 다니며 규모 있는 펀드로 키워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해서는 "확신이 있는 기업에 장기투자 하면서 실질적으로 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사례를 많이 남기고 싶다"며 "SM도 그렇고 금융지주도 그렇고 단순히 주가로 매매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닌 최소 1년 이상 시간을 들여 회사 체질 및 거버넌스 개선 등의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행동주의가 목적이 아닌 좋은 투자가 목적"이라고 밝힌 이 대표는 "행동주의는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이라는 말과 함께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다양한 참여자의 역할이 필요한 만큼 우리나라의 자본주의가 발전해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강제로 멈춰지지 않길 바란다"고 첨언했다.
이어 "이제 야구로 치면 2회 정도 된 것 같다"며 "이러한 흐름의 싹을 밟아 버리지 않도록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조심스럽게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관심 하나하나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며 "행동주의와 같은 활동을 통해 주식 투자가 단순히 종이를 샀다 파는 게 아니라 정말 해당 기업의 소유자이자 파트너로서 존재하는 일임을 확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보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bg@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