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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 vs 미래운용 수수료 전쟁에 금감원장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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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 vs 미래운용 수수료 전쟁에 금감원장 등판

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친 뒤 열린 백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친 뒤 열린 백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무리한 보수 인하 경쟁에 경고를 날리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출혈 경쟁에도 당분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자산운용업계에 보수 출혈 경쟁과 관련해 수차례 경고를 날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운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펀드가격(NAV)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펀드시장 신뢰보호를 위해 상품운용 및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운용사의 보수 인하 경쟁에 경고하고 나선 것은 최근 대형사에서 "업계 최저"를 내세운 ETF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보수는 투자자가 운용사에 내는 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수수료 등을 포함한다.

​보수 인하 경쟁의 발단은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이 'KODEX S&P500TR' 등 ETF 4종의 총보수를 0.0099%로 인하했고 직후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줄줄이 유사한 상품의 보수를 줄였다.

올해 들어서도 2차 수수료 전쟁이 발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0.07%에서 0.0068%로 내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수를 인하한 다음 날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 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99%에서 0.0062%로 인하했다.

여기에 KB자산운용도 'RISE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기존 0.01%에서 0.0062%로, 'RISE 미국 S&P500'의 총보수를 0.01%에서 0.0047%로 내렸다. 한화자산운용도 'PLUS 미국S&P500성장주' 총 보수를 기존 0.04%에서 0.0062%로 인하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레버리지',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 'TIGER 인버스' 등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운용 보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하 비율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삼성자산운용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기사가 나오고 이틀 뒤 경쟁사 삼성자산운용은 공식 입장을 통해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보수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문을 냈다. 보수 경쟁에 거리를 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도 관련 상품 보수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했지만 삼성자산운용은 이를 부정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촘촘한 호가 관리를 위해 다양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투자자들의 트레이딩에 불편함이 조금도 없도록 ETF의 운용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운용 역시 보수 인하를 검토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업계와 당국 등 반응을 의식한 결론으로 해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래에셋으로부터)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삼성도 품격있게 하겠다고 선언했고 모두 그렇게 말씀을 여러번 하셨기 때문에 지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구상 중에 있는 건 맞으나 아직 확실히 정해진건 아니다"라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박현주 회장이 계속 언급해왔던 내용이라 아마 금감원에서 통과되면 실행 될 것 같긴한대 확실하진 않다" 라고 설명한 바 있었다.

양사는 순자산 180조원 규모의 ETF 시장 점유율을 두고 치열한 경쟁중이다. 글로벌이코노믹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일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9.07%(72조2799억원)로 미래에셋자산운용 34.03%(62조9531억원)과 점유율 차이는 5.04%p로 순자산은 9조3267억원 벌어져 있다.

그뒤로 △한국투자신탁운용 7.98%(14조7634억원) △KB자산운용 7.75%(14조3344억원) △신한자산운용 3.42%(6조3296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대형사들이 앞다퉈 ETF 총보수 인하 과열에 뛰어들면서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질적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CEO들도 이날 간담회에서 당국에 ETF가 투자자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되, 과거 최고 수익률만 강조하거나 핀플루언서로 ETF 노출을 집중하는 등 과도한 마케팅을 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경쟁 과정에서 펀드 평가가 왜곡되거나 다른 상품에 비용이 전가되는 문제가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운용사의 보수 결정 체계와 펀드 간 이해상충 관리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ETF 시장 질서 확립을 목표로 종합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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