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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투자 열기 이어질까?…상반기 새내기 성적표는 '희비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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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투자 열기 이어질까?…상반기 새내기 성적표는 '희비쌍곡선'

그래프=정준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프=정준범 기자
올해 6월부터 8월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새롭게 입성한 13개 상장기업의 투자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는 가운데에도 종목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종목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평균 수익률 +23.2%…하지만 체감은 '극과 극'

14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분석 대상 13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23.2%를 기록했다.
그러나 종목별 성과를 살펴보면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상위권 종목들은 공모가 대비 60~70%가 넘는 폭등을 기록한 반면, 하위권 종목들은 20~30%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대한조선(076610)이 76.8%의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두를 차지했고, 싸이닉솔루션(418550)이 66.2%, 지투지바이오(950210)가 61.7%로 뒤를 이었다. 이들 종목은 모두 공모가 대비 50% 이상 급등하며 '대박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엔알비(950110)는 -29.4%, 지씨지놈(950190)은 -25.0%, 아우토크립트(950180)는 -19.7%의 부진한 성과를 보이며 공모가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엔알비의 경우 공모가 2만1000원에서 상장 첫날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상장 타이밍보다 '업종 스토리'가 승부처

흥미로운 점은 상장 시점과 수익률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6월 상장 종목 중에서도 키스트론(418590)은 50.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같은 달 상장한 지씨지놈은 25% 하락했다.

대신 수익률 상위 종목들의 공통점은 인공지능(AI), 바이오, 조선, 친환경 등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성장 산업군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대한조선은 글로벌 조선업 호황과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라는 테마를, 싸이닉솔루션과 지투지바이오는 각각 AI 반도체와 바이오 신약이라는 미래 성장동력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상장 시기를 맞추는 것보다는 기업이 속한 산업의 성장성과 스토리텔링이 IPO 성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모가 적정성 논란 재점화

이번 분석에서 주목할 부분은 공모가 책정의 적정성 문제다. 수익률 하위권 종목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높은 공모가를 기록했던 기업들이다. 엔알비(2만1000원), 지씨지놈(1만500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의 부진한 성과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시장 기대치와 괴리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최근 IPO 시장에서 기업가치 평가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공모가 책정 시 기업의 펀더멘털과 시장 상황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과도한 밸류에이션은 결국 투자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도 개편 속 변화하는 IPO 생태계

7월부터 시행된 IPO 제도 개편도 공모주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의무보유확약 물량 확대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단기 차익거래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됐지만, 이로 인해 발행기업들의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제도 개편으로 인해 기관들의 '묻지마 참여'가 줄어들면서, 발행기업들은 보다 합리적인 공모가 책정과 명확한 성장 스토리 제시가 필수가 됐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IPO 시장의 건전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들, 선별적 접근 필요

이번 분석 결과는 "IPO에 참여하면 수익이 보장된다"는 기존의 통념에 제동을 걸고 있다. 평균 수익률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실제 투자 체감은 종목 선택에 따라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익률 분포를 보면 약 절반의 종목이 ±10% 내외의 안정적 수익률을 보인 반면, 나머지는 대폭 상승 또는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이는 IPO 투자에서 '무작정 참여'보다는 철저한 기업 분석이 필수라는 점을 시사한다.

NH투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에도 다수의 IPO가 예정되어 있지만, 투자자들은 기업의 사업모델과 성장성, 적정 밸류에이션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현재 주목받는 테마 섹터라 하더라도 개별 기업의 경쟁력과 재무건전성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PO 시장의 열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에게는 보다 정교한 투자 안목이 요구되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