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증권금융(사장 김정각)은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3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행사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국내 금융당국 관계자와 국제금융기구, 정책 연구기관, 금융업계 전문가 등 약 250명이 참석했다.
김정각 사장은 개회사에서 "70년 역사 속에서 쌓아온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발맞춰 영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증권업권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디지털 금융 시대에 자본시장의 신뢰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투자자 재산 보호 장치를 점검하고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7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자본시장 발전사와 현안을 공유하고, 투자자 보호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내외빈들은 축사를 통해 한국증권금융의 70년 역사를 높이 평가하고 향후 과제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강준현 국회 정무위 간사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영과 디지털자산 기본법 추진을 통해 합리적 규제와 혁신 동력 마련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기형 국회 코스피5000 특위 위원장은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증권금융이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을 선도해주길 바란다"며 자본시장 선진화의 길에 증권금융의 동행을 당부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70년간 자본시장과 함께 성장해온 한국증권금융이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 조성,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동반 성장의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는 두 개 세션과 특별강연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박사가 좌장을 맡아 '투자자보호와 금융안정망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국내외 석학들이 글로벌 투자자 보호제도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국제금융공사(IFC),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들이 신흥 자본시장의 성장 사례를 공유했다. 패널들은 신흥국 자본시장의 발전 과정에서 증권금융회사의 역할과 지원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특별강연에서는 김준환 신한금융지주 디지털파트장이 연사로 나서 AI 기술이 금융산업에 미칠 파급력을 설명했다. 그는 "AI 에이전트 시대는 금융업권의 근본적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며 대응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아시아 증권금융 협약 확대 주도
행사 후 열린 협약식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 증권금융회사 대표자들이 다자간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김정각 사장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아시아 주요국 증권금융기관들과 함께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이번 협약이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고 증권금융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증권금융은 몽골 금융감독위원회(FRC), 캄보디아 증권거래위원회(SERC)와 협력범위 확대를 담은 MOU를 각각 갱신했다. 이번 MOU를 통해 정보 공유, 인적 교류, 증권금융 제도 도입을 위한 공동연구 등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 70년 발자취, 폐허에서 자본시장 인프라로
1955년 28개 증권사의 공동 출자로 출범한 한국증권금융은 해방 이후 혼란기 속에서 자본시장 인프라의 초석을 놓았다. 당초 재무부는 증권 관계 법률 미비로 인한 적용 법규 논란 때문에 영업면허 인가를 미뤘다. 이에 회사는 우선 사업목적을 '증권업자에 대한 투자, 부동산 투자 및 취득' 등으로 변경해 설립 등기를 마쳤다. 1956년 1월 30일 재무부로부터 조선유가증권업 취체령에 의거해 증권업자로서 정식 면허(증면 제34호)를 취득함으로써 본격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해졌다.
1956년 3월 15일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업자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증권담보대출을 개시했다. 약 700만 원의 자금을 조성해 1사당 대출 한도를 30만 원으로 정했다. 비록 한정된 재원으로 증권업계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증권시장 자금 공급창구로서 최초로 증권금융 기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7월에는 한국저축은행으로부터 1500만 원을 차입해 제2차 융자를 실시했고, 1957년 2월부터는 유가증권 대여업무도 시작했다.
1962년 1월 15일 건국 이후 최초로 증권거래법이 제정·공포되면서 한국증권금융은 비로소 완전한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7월 5일 상호를 '한국증권금융(주)'으로 변경하고, 자본금을 3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70년 전 폐허 위에서 시작된 한국 자본시장의 발걸음. 그 중심에서 증권금융 인프라의 초석을 놓은 한국증권금융의 창립 70주년은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다시 한번 조명하게 했다.
■ 70주년 맞아 미래 전략 모색
이번 창립 70주년 국제 컨퍼런스는 한국증권금융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새기고, 새로운 금융환경 변화 속에서 미래 전략을 모색한 자리였다. 투자자 보호, 시장 안정, 글로벌 협력이라는 과제는 70년 역사를 지닌 증권금융이 앞으로도 자본시장의 든든한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함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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