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보고서 공시 급여 데이터 분석 — 임금 격차 축소는 뚜렷하나 구조적 원인은 '근속 차이'
기아는 계약직 4배 폭증, 현대차는 여성 비율 확대로 각각 다른 방향성을 보여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5년간(2021~2025년) 사업보고서에 공시한 성별 급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두 회사 모두 여성 대비 남성의 임금 격차를 뚜렷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5년 현재도 여성 직원의 1인 평균 월급여는 남성의 86~89%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그 격차의 상당 부분은 제도적 차별보다 '근속연수 구조'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기아는 계약직 4배 폭증, 현대차는 여성 비율 확대로 각각 다른 방향성을 보여
① 5년 만에 임금비 10%p 개선…방향은 옳다
2021년 기아의 여/남 임금비는 77.5%였다.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보다 월 230만원 적게 받던 구조다. 이 수치는 2025년 85.9%로 8.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는 80.4%에서 89.4%로 9.0%포인트 개선됐다. 두 회사 모두 여성 급여가 남성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한 것이 이 변화의 핵심 동인이다.
4년간 급여 인상률을 보면 기아 남성은 32.4% 오르는 동안 여성은 46.8% 올랐고, 현대차 남성은 36.1%, 여성은 51.3% 인상됐다. 절대 격차 기준으로는 기아가 230만원→190만원, 현대차가 190만원→140만원으로 줄었다.
이미지 확대보기"여성 급여 상승률이 남성을 15~20%포인트 앞질렀다. 이는 신규 여성 채용 증가라는 구조 변화를 반영한 수치로, 단순히 기존 여성 직원의 처우가 개선된 것과는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 공시 데이터 분석 결과
② 격차의 '진짜 원인'은 근속연수 구조
임금 격차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근속연수 차이'다. 2025년 기준 기아 남성의 평균 근속은 21.1년이지만 여성은 14.5년으로 6.6년 짧다. 현대차는 남성 16.2년, 여성 11.3년으로 4.9년 차이가 난다.
호봉 기반의 대기업 임금 체계에서 6~7년의 근속 차이는 월급 격차로 직결된다. 즉, 동일 직급·동일 연차 기준의 임금이 같더라도 집단 평균을 내면 여성이 낮게 나오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 투자자 관점에서의 시사점
ESG 평가기관들은 성별 임금비를 핵심 지표로 활용. 개선 추세는 긍정적 신호
근속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임금비 개선은 신규 여성 채용에 의존하는 구조 지속
직급별 동일임금 데이터 미공시는 지배구조(G) 투명성 과제로 잔존
③ 기아 계약직 4배 폭증 — 인건비 구조 전환의 신호
이번 분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기아의 계약직 급증이다. 기아 남성 계약직 수는 2021년 889명에서 2025년 3,696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남성 전체 인력 중 계약직 비율은 2.6%에서 10.7%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정규직 남성은 33,187명에서 30,968명으로 오히려 2,200명 줄었다.
이는 단순한 채용 확대가 아니다. 전통적 자동차 제조 인력 구조에서 유연계약직 비중을 늘리는 '인건비 유연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래차 전환기에 고정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생산물량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는 경영 판단이 숫자로 드러난 것이다.
현대차도 계약직 비율이 2021년 8.6%에서 2024년 14.2%까지 상승했으나, 2025년에는 12.7%로 소폭 하락했다. 기아와 달리 현대차는 2025년에 계약직 증가세를 일부 되돌린 셈이다. 두 회사의 전략이 미묘하게 갈리는 지점이다.
이미지 확대보기④ 현대차 vs 기아 — 두 회사의 다른 선택
같은 현대차그룹이지만 두 회사의 인력 전략은 미묘하게 다르다. 현대차는 여성 임직원 비율 확대에 더 적극적이다. 2021년 5.9%였던 여성 비율이 2025년 8.2%로 올라 2.3%포인트 높아졌다. 기아는 같은 기간 4.0%→5.2%로 1.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절대 수치에서도 현대차 여성 직원(5,917명)이 기아(1,902명)의 3배를 넘는다.
반면 절대 급여 수준은역전 현상을 나타냈다.
2025년 기준 남성 급여는 기아(1,350만원)가 현대차(1,320만원)를 30만원 앞서지만, 여성 급여는 현대차(1,180만원)가 기아(1,160만원)를 소폭 웃돈다. 결과적으로 임금 평등도는 현대차(89.4%)가 기아(85.9%)보다 높다.
⑤ 공시 제도의 한계 — 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번 분석의 근거가 된 사업보고서 공시는 성별·고용형태별 평균 급여를 전체 평균으로만 공개한다. 이 때문에 몇 가지 핵심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동일 직급·동일 연차에서 성별 임금 차이가 존재하는지, 생산직과 사무직의 성별 구성이 어떻게 다른지, 고성과자 보상에서 성별 차이가 나는지 등이다.
자동차 제조업은 구조적으로 생산직(남성 중심)과 사무직(여성 비중 상대적으로 높음)의 임금 수준이 다르고 근속 패턴도 다르다. 이 직군 믹스가 전체 평균 임금 격차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현재 공시 기준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ESG 공시 기준(CSRD, GRI 등)이 강화되면서 이런 세분화 데이터 공개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데이터 출처 및 주석
이 기사는 현대자동차·기아의 2021~2025년 사업보고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공시 데이터를 분석했다.
1인 평균 월급여는 공시된 연간 급여총액을 (12 × 전체 직원 수)로 나눈 값이며, 상여·성과급·퇴직금 포함 여부는 회사별 공시 방식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여/남 임금비는 여성 평균 월급여를 남성 평균 월급여로 나눈 백분율이며, 동일 직급·동일 연차 기준 비교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2023년 공시에 '자동차부분'으로 표기된 항목은 '자동차부문'과 동일하게 처리했다.
결론 — 개선은 실재하나, 구조는 여전히 작동 중
현대차·기아의 성별 임금 격차 축소는 수치로 입증된 실질적 변화다. 5년간 꾸준한 개선 추세는 ESG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선이 '기존 차별의 시정'인지, '신규 여성 채용 증가에 따른 통계적 효과'인지는 현재 공시 체계로는 구분할 수 없다. 근속연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격차는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병행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임금비 개선 추세의 지속 여부, 다른 하나는 기아의 계약직 비율 급증이 중장기 인건비 구조와 노사 리스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다.
제조업 노조 기반이 강한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계약직 확대는 언제나 노사 분쟁의 잠재 뇌관이 될 수 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