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7 11:18
12월의 첫 주말, 첫눈이 내렸다. 이른 아침, 도봉산의 안부가 궁금하여 창문을 열어젖혔을 때 눈앞에 순백의 세상이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하얗게 덮은 첫눈을 보니 갑자기 찾아든 한파 때문에 꽁꽁 닫았던 창문처럼 단단히 걸어 잠갔던 마음의 빗장이 한순간에 풀리는 듯하다. 정호승 시인은 ‘첫눈 오는 날 만나자’란 시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라고 노래했다. 그의 말처럼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2022.11.30 09:28
바람 끝이 차고 맵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의 서늘한 기운 속에 겨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동안 이상기온으로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을 지나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도 무색하리만치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천변에는 여전히 초록의 풀들이 무성하고 때를 잊은 꽃들이 무시로 피어나 이대로 겨울이 실종되어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다. 조금 늦춰질 수는 있어도 겨울 없이 봄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거리엔 쌀쌀해진 외기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두툼한 겨울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 추운 계절을 무탈하게 건너기 위해 몸과 마음의 단속2022.11.23 10:36
어느덧 11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달력을 바라보면 이제 겨울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법도 한데 겨울을 입에 올리기엔 한낮의 햇살이 너무 따사롭다. 볕 바른 곳에서 해바라기라도 할 양이면 이러다가 겨울이 사라졌다고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하나, 이대로 봄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탓인 줄 알면서도 나는 이런 의심이 들 때마다 주변의 나무들을 둘러보며 마음을 다독인다. 지구상에서 나무만큼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연록의 새잎으로 숲에 생기를 불어넣고 한여름엔 초록으로 무성해졌다가 가을이면 색색으로 물들었다가 이내2022.11.16 09:11
온통 낙엽 세상이다. 간밤에 찬비 한줄기 지나갔을 뿐인데 낙엽을 밟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세상의 길이란 길은 몽땅 낙엽으로 덮인 것만 같다. 사람들 발길이 잦은 도로 위에도, 외진 골목길에도, 자동차 지붕 위에도 낙엽은 내려앉아 어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밤새 잎을 모두 떨구고 단출해진 가지 끝으로 하늘을 쓸고 있는 가로수를 올려다보며 ‘물러갈 때를 아는 자가 영웅’이란 옛말이 생각났다. 때를 알아차리는 일도 쉽지 않지만, 안다고 해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다. 그러고 보면 겨울을 예감하고 일제히 잎을 내려놓는 나무들이야말로 진짜 영웅일2022.11.09 09:07
'입동(立冬)'이 지났다.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되었다. 거리엔 흩날리는 낙엽들이 늦가을의 엔딩 크레딧처럼 거리를 떠돌지만 절기로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것이다. 봄꽃보다 화려하던 오색단풍도 사라지고 축제가 끝난 공연장처럼 어지러이 흩어진 낙엽들이 스산함을 더하며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비 한 번 지날 때마다 기온은 급전직하로 내려가고 한기를 품은 바람은 점점 더 기운을 얻어갈 것이다.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당나라 시인 이백은 '입동'을 두고 이렇게 노래했다. '얼어붙은 붓 갓 지은 시 써 내려감이 더디고(凍筆新詩懶寫)/찬 화롯불 좋은 술에 시절이 따사롭다(寒爐美酒時溫)/술 취한 눈으로2022.11.02 09:25
문밖만 나서면 온통 단풍 세상이다. 일찍 물들었던 벚나무는 이미 잎이 거의 떨어져서 가지가 허룩해졌고, 은행나무 가로수들도 노랗게 물든 이파리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굳이 산을 찾지 않아도 문밖만 나서면 눈길 닿는 곳엔 어김없이 색색으로 물든 나뭇잎이 가을 엽서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불타오르듯 화려한 단풍을 바라볼 때면 봄꽃보다 더 곱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소슬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가을이 조락(凋落)의 계절임을 새삼 떠올리곤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잎자루 끝에 떨켜를 만들고,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여 이파리들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단풍이 든 이파리를 떨구는 것은 나무2022.10.26 09:25
꽃은 피어나고 단풍은 물든다. 봄날의 새싹은 대지를 뚫고 솟아나지만, 가을날 단풍은 산정에서 시작하여 산빛을 오색으로 물들이며 하강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봉산의 산빛이 하루가 다르게 화려해지는 걸 보며 마음은 진즉에 산에 가 있었다. 집 안에 앉아 가을을 맞이하는 것은 단풍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여 주말 아침 일찍 우이동 계곡을 찾았다. 등산객들로 붐비는 등산로를 벗어나 조용한 숲길을 따라 걷는다. 노란 산국과 보랏빛 쑥부쟁이, 꽃향유와 흰 구절초가 향기로 나를 반긴다. 곱게 물든 이파리들이 바람이 지날 때마다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어깨를 툭 치며 바닥으로 내려앉는 낙엽 한 장에도 문득 가슴이 서늘해지고 떼어놓2022.10.05 09:28
‘봄은 향기로 오고, 가을은 소리로 온다’는 말이 있다. 만물이 소생하고 다투듯 피어난 온갖 꽃들이 만발한 봄엔 어딜 가나 꽃향기가 진동하며 후각을 자극한다. 거기에 비하면 가을은 바람 소리에 실려 온다. 바람이 나무 사이를 지날 때 우수수 지는 낙엽들, 그 낙엽을 밟는 소리, 깊은 밤의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가을이 왔음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국화 향기를 한 번이라도 맡아본 사람이라면 가을 향기도 봄꽃 못지않다는 걸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화 향기는 요란스럽지 않고 따순 가을볕처럼 은근하면서도 오래 간다. 그래서 그 향기에 한 번 스치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지난 주말, 모처럼 친구와 교외로 나가2022.09.28 10:12
가을이다.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가을바람이 자꾸만 길 위에 나그네가 되라고 속삭인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1847년 제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라고 썼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먼 길을 떠날 수 없을 때 상암동 하늘공원만큼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은 장소도 없다.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강을 건너온 바람결에 쉼 없이 흔들리는 억새꽃의 군무를 즐기며 걷다 보면 복잡하던 머릿속이 가을 하늘처럼 맑아져서 생각도 가지런해진다. 1978년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된 이후 15년간 무려 92002022.09.21 09:12
가을로 접어들었다고는 해도 한낮의 햇빛은 여전히 따갑다. 여름내 녹음을 드리우던 초록의 싱그러움도 좀처럼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가는 게 계절인 줄 알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가을을 찾아 나선다. 내가 찾아간 곳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농촌의 한가로움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근심 없는 골짜기, 무수(無愁)골이다. 골짜기 위쪽에 의령옹주 묘가 있는데, 전하는 얘기로는 태조 이성계가 이 일대 땅을 의령옹주에게 하사하면서, 도성을 넘보지 않는다면 아무런 근심이 없으리라 했다 하여 무수(無愁)골이 되었다고 한다. 인가의 낮은 지붕 위로 밤나무가 주먹만 한 밤송이를 주렁주렁 매단 가지를 늘어뜨렸2022.09.07 08:30
가을을 만나러 북한산을 찾았다. 수도 서울을 품어 안으며 수려한 산자락을 펼치고 선 북한산은 자연이 그리울 때면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는 친근한 도심 속의 자연공원이다. 북한산을 오르는 길은 너른 품만큼이나 다양하다. 가을을 재촉하는 안개비가 내리는 아침,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들머리는 부드러운 숲길이 이어져서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을 하는 듯 발걸음이 가볍다. 마주치는 꽃들과 인사하느라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어느새 꽃향기, 숲 내음에 스친 몸과 마음은 점점 산빛을 닮아간다. 보랏빛 벌개미취와 노란 각시원추리, 흰 사위질빵, 샛노란 마타리꽃, 붉나무꽃, 미역취, 자주꿩의다리, 자주조희풀2022.08.31 08:30
청명한 하늘이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하늘은 먹구름에 덮여 수시로 비를 뿌려대곤 했는데, 오늘 아침 바라본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말끔하니 가을빛이 충만하다. 한해살이풀들이 마르기 시작하는 처서를 기점으로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눈에 띄게 하늘빛이 맑아졌다. 한낮의 햇살엔 여전히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으나 간간이 불어오는 산들바람 덕분에 산책하는 데엔 별 무리가 없다. 몇 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했을 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도봉산과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문 뷰였다. 침대에 누워서도 창 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속은 도봉의 흰 이마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2022.08.24 08:19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다. 하지만 폭염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새벽녘이 기온도 서늘하고 이따금 상쾌한 바람도 불어 하루 중에선 산책을 하거나 운동하기에 좋은 때다.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천변을 내달리고, 어느 날은 천천히 걸으며 새로 피어난 꽃과 풀, 그리고 나무의 낯빛을 살피며 자연의 변화를 감지한다. '랠프 월도 에머슨'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숭배의 교훈을 배우는 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어떤 가르침이나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 해도 풀과 나무 사이를 걸으며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행복감에 빠진다. 산책길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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