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사색의향기] 봄꽃 피는 봄이 오면

공유
1

[사색의향기] 봄꽃 피는 봄이 오면

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
마침내 3월이 왔다. 굳이 '마침내'란 부사를 앞세워 3월이 왔다고 쓴 것은 그만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눈 속에 피어나는 설중매나 복수초는 3월이 오길 기다릴 이유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봄꽃은 3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우리에게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우수(雨水)가 지난 뒤에도 계속되는 한파로 인해 떨쳐버리고 싶은 겨울의 흔적과 우울한 기억들은 봄눈 녹듯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 비 한 번 내리고 나면 지난 계절의 흔적들은 빗물을 따라 땅속 깊이 스며들어 기꺼이 새로운 생명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마술처럼 세상 속으로 눈부신 꽃송이들을 피워낼 것이다.

겨울 외투와 마스크에 막혀 봄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나는 수시로 거리에 나가 바람을 맞곤 한다. 매섭게 불어대는 꽃샘바람이 마치 봄의 전령사라도 되는 것처럼 바람 속에서 봄을 느껴보려 무진 애를 쓰곤 한다. 바람의 방향과 바람의 세기를 가늠해 보고 바람의 냄새를 맡아보면 봄이 어느 만큼 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내게 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햇볕이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차도 어깨 위로 내려앉는 한낮의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다. 볕 바른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눈을 감고 있으면 봄이 바로 곁에 와 있는 것 같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꽃 피어 봄'이란 말처럼 봄은 곧 꽃이 핀다는 말과 같다. 따뜻한 봄바람이나 햇살보다 보는 것만으로도 꽃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이처럼 꽃으로 상징되는 봄을 남보다 먼저 만나고자 한다면 가까운 화원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네의 작은 꽃집에도 꽃이 없진 않지만 직접 꽃을 재배하고 판매도 하는 너른 화원엔 훨씬 다양한 꽃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집안에 들여놓을 화분도 구할 겸 들른 화원엔 봄을 찾아 나선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말을 지닌 노란 프리지어, 수선화, 진홍의 시클라멘, 히아신스, 제라늄 등…. 유리 온실 속의 따뜻한 공기 속엔 사람들의 말과 색색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로 그윽하다.

천천히 화원을 돌아보며 봄꽃 향기에 흠뻑 취했다가 작은 화분 두 개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길가에 다소곳이 물 든 잎을 펼치고 있는 남천의 빨간 열매가 눈을 찔러온다. 지난 여름 한껏 싱그러움을 뽐내다가 가을로 접어들면서 선홍색으로, 자줏빛으로 물들더니 겨울 지나 봄의 문턱에 와 있는데도 여전히 고운 빛을 잃지 않은 단아한 모습이다. 남쪽 하늘이라는 이름처럼 남천(南天)은 따뜻한 중국의 남쪽 지방 일대와 인도가 고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천은 추운 겨울에도 여전히 붉은 잎과 열매를 매달고 우리 곁에서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말해주는 식물이다. 그래서일까? 남천의 꽃말은 '전화위복'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집안에 화분 하나 들여놓았을 뿐인데 온 집안에 봄빛이 출렁이는 것 같다. 맑고 그윽한 수선화 향기에 취해 까무룩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창밖에 봄이 와 있을 것만 같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꽃소식에 귀 기울이며 산림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주요 산림에 자생하는 식물의 봄꽃개화예측지도를 펼쳐본다. 올해 봄꽃의 절정은 3월 중순에 시작되고 전남과 제주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절정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 번째 맞이하는 봄이다. 감염병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겨울 지나면 봄이 오고 꽃이 피듯이 머지않아 우리의 삶에도 봄빛이 스며들어 웃음꽃 피는 희망의 봄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어본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