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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11)] 영화음악의 시각성과 청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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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11)] 영화음악의 시각성과 청각성

영화에서 배경음악은 화면의 내용과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되며 작품의 내용과 어울리고 상징적 효과를 주기 때문에 일부는 대사가 없을 때도 사용하고 음악이 전면에 노출되지 않고 연기자의 행동과 장면을 보조한다.

배경음악은 영화의 다른 기표들보다 더 드러나지 않게 제작되어야 하는데, 음악이 영화가 만들어 내는 허구 세계의 직접적인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음악은 관객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며 관객은 그 소리를 듣고 집중하고 몰입한다.
영화음악이 끌어내는 감정은 등장인물의 관점과 동일할 경우가 많다. 스토리를 연상하거나 장면들의 지속성을 부여하고 테크노적인 성향까지 기여한다. 출연자들이 상황을 보는 관점과 그 상황에서 인물이 갖는 특성을 사운드를 통해 나타내고 감정을 교류하여 등장인물과 관객의 시선을 일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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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을 다룬 <아직 끝나지 않았다>와 <플로리다 프로젝트> 두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영화에서 음악적 기능을 시각적 이미지 측면에서 보면, 80년대 후반의 음악이 시각적 영상 부분을 넘어 내러티브(서사구조)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극영화에서 내러티브는 중심에 놓이며 영화의 종합적 기능은 관객이 보다 익숙하게 내러티브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어윈 바젤런(Irwin Bazelon)은 영화의 시각성과 청각성 사이의 특성에서 전통적 평행주의와 대위법의 마찰은 논쟁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음악과 영상의 대립은 무의미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청각적인 음악은 선율과 리듬, 화성과 관현악법 등의 기술적 도약으로 섬세함을 표출할 수 있지만, 시각적인 영상은 움직임, 방향과 배경, 이미지 등에 제약을 받아 표현성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한스 아이슬러(Hanns Eisler)와 아도르노(T.W.Adorno)는 영화음악에 관해 시각성과 청각성의 본질적 문제를 거론한다. 그 후, 아도르노의 이데올로기적 주장은 시각과 논리를 연결하고 청각과 감성을 잇는 기존의 영화 방식에 개혁을 가져왔다.

영화를 볼 때, 전면적으로 음악을 인식할 때도 있지만 사건 전환에서 중요한 변수가 생기게 되면, 관객들은 음악의 끈을 놓아버리고 즉시 눈앞의 시각적 영상에 주목한다. 내러티브는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가장 중심선에 있다.

음악이 극영화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전면에 놓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운드는 영화에서 그 시대나 장소에 속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관객에게 그에 맞는 뉘앙스를 주는지 정서를 부여하는지에 비중을 둔다.

할리우드에서 종종 사용되는 중국 음악은 전통 중국 음악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5음 음계로 된 동양풍 색채의 서양음악이며 중국이란 이미지를 각인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시대적 고증이 아니고 무대 자체의 역동성이 발휘된 것이다.

음악의 무절제한 등장은 스토리와 영상을 위협한다. 제자리에 없거나 무분별한 음악 사용은 관객의 심리를 혼란시키며 영화의 흐름도 깨트린다. 음악의 쉼표도 마음 깊은 곳에 들어가 묵시된 여운을 주기 때문이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