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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역사 50년, 실버 랭크 아닌 '실버 게이머'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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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역사 50년, 실버 랭크 아닌 '실버 게이머' 시대 온다

한국 60대 10명 중 3명 "나는 게이머"
유족 게임 계정 상속 등 담론 일어나
치매 위한 '디지털 치료제' 활용 가능성
게임 역사가 장기화됨에 따라 장년층을 넘어 노년층 게이머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프리픽(Freepik)이미지 확대보기
게임 역사가 장기화됨에 따라 장년층을 넘어 노년층 게이머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프리픽(Freepik)

상업적 비디오 게임의 역사가 50년을 훌쩍 넘겼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던 게임을 부모와 자식이 함께 즐기는 시대를 넘어 현업에서 은퇴한 노령 게이머들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BBC는 최근 여러 게임업계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업계, 은퇴자 게이머 세대 첫 물결에 대비하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게임 역사의 장기화, 코로나19에 따른 게임 인식 재고, 게임과 드라마·영화 등 기성 콘텐츠 간 미디어믹스의 지속 등에 힘입어 노인 게이머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는 내용이다.

게임계에서 '최초의 상업적 비디오 게임'이란 평을 받는 것은 1972년 시중에 공개된 가정용 게임기 '마그나복스 오디세이'와 게임 테이블 테니스, 이른바 '퐁'이다. 세계 3대 콘솔 게임 업체 중 닌텐도는 1977년 '컬러 TV 게임'을 통해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도 각각 30년, 2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을 접하거나 개발에 참여한 '1세대 게임인' 중 은퇴한 이들 또한 적지 않다.

한국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최초의 게임기기는 흔히 1983년에 출시된 '매지컴'이나 1985년 출시된 '재믹스' 등이 언급된다. 국내 최대 게임사로 꼽히는 넥슨은 올해 창립 31주년, 엔씨소프트는 28주년을 맞이하며 두 게임사의 데뷔작 '바람의나라'와 '리니지'는 출시 25년을 넘어선 아직까지 '현역 게임'으로 인정 받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9.9%가 게임을 주기적으로 이용하며, 60대 이상 응답자 중에서도 31.1%가 스스로가 게이머라고 답변했다. 8년 전인 2016년 동일한 보고서에선 전체 응답자 중 67.9%, 60대 중에선 26.4%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8년 사이 인구 전체에서 게이머의 비율은 줄었으나 60대 이상 인구 중 게이머의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중국의 89세 노인 양빙린 씨가 레이싱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기네스 세계 기록에 최고령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등재됐다. 사진=기네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89세 노인 양빙린 씨가 레이싱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기네스 세계 기록에 최고령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등재됐다. 사진=기네스

장·노년 게이머층의 등장으로 게임계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담론들도 형성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스마일게이트의 MMORPG '로스트아크'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촉발된 게임 계정 명의 이전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한 로스트아크 커뮤니티에는 2024년 9월, 자신을 56세 게이머로 소개한 이용자의 사연이 게시됐다. 2020년 사별한 남편이 남긴 계정으로 로스트아크를 이용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으나, 계정 보안 조치로 인해 이용이 막혀 더 이상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된 사례였다.

스마일게이트는 이에 이용자가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계정 이관 조치를 취하는 한편 직계 가족 게임 데이터 이전 정책 시스템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에선 게임 이용 데이터를 '유산'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게 이뤄졌다.

콘텐츠 산업적 관점을 넘어 '노인을 위한' 게임의 효용성 또한 주목 받는 추세다. 게임 이용이 전술·전략적 사고, 인지 기능 등을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치매 등 노인성 질환 예방·치료에 예방하는 이른바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중국의 89세(등재 당시 기준 88세) 노인 양빙린 씨가 기네스 세계 기록 상 '세계 최고령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등재돼 화제가 됐다. 그는 기네스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수많은 게임사 직원들의 지혜와 철학이 담겨 있으며 인생, 직업에 적용할 수 있는 영감을 줄 수 있다"며 "나이가 허락하는 한 게임을 계속 즐기며 젊은 세대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