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달러 투자 계획 첫발… 美 제조업 부흥 동참
'고로·전기로' 두 갈래 전략… EV강판으로 中·韓 견제
'고로·전기로' 두 갈래 전략… EV강판으로 中·韓 견제

US스틸의 데이비드 버릿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5일 조지아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 같은 계획의 일부를 밝혔다. 앞서 일본제철은 지난 6월 18일 US스틸 인수를 공식적으로 마쳤으며, 두 회사는 8월 말까지 인수 완료 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세워 발표할 예정이다. 버릿 최고경영자는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보수의 핵심 대상은 US스틸이 보유한 고로 가운데 가장 큰 인디애나주 게리 제철소의 '제14고로'다. 자동차용 강판을 주력으로 만드는 게리 제철소는 한 해 조강 생산 능력만 750만 톤에 이르는 US스틸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US스틸은 고로 개보수와 더불어, 고로에서 만드는 쇳물(용선)의 성분을 조정하는 제강 공정과 후공정 가공 설비에도 투자해 품질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단순한 설비 보수를 넘어 일본제철이 가진 고기능 강판, 초고강도강판 기술력을 더해 북미 자동차 강판 시장의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려는 구상이다.
◇ '고로+전기로' 두 갈래 전략, EV 강판 시장 정조준
이번 대규모 투자는 미국 내 정치와 사회의 우려를 덜고 세계 철강 경쟁 구도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목적을 가진 카드이기도 하다. 버릿 최고경영자는 "게리 제철소는 중서부의 많은 고용과 수요를 책임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러스트 벨트' 지역 경제의 핵심 기반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대규모 투자로 고용 유지를 약속하며 정치적인 반발을 최대한 줄이고, 나아가 '미국 제조업 부흥' 정책에 동참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한 북미 자동차와 전기차 강판 공급 능력을 크게 확대해 한국의 포스코, 중국의 바오우강철 등과 벌이는 세계 경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 '안전' 문제도 정면 돌파…AI로 미래 경쟁력 확보
대규모 설비 투자는 낡은 설비의 안전 문제와도 바로 이어진다. 지난 8월 11일 펜실베이니아주 몬밸리 제철소 클레어턴 지구의 코크스로에서 폭발이 일어나 2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에 버릿 최고경영자는 "모든 철강 노동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흔들림 없는 지원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US스틸은 설비 현대화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안전관리 체계 도입을 추진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제철소 안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모회사 일본제철의 방향과도 같다. 버릿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을 이끄는 회사가 앞으로 업계 전체를 이끌 철강 회사가 되리라 확신한다"며 기술 혁신에 대한 강한 뜻을 내비쳤다.
일본제철의 이번 투자 계획은 단순한 설비 보강을 넘어, 미국 내 제조업 기반 강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경쟁에서 전략적인 자리매김, 전기차 중심의 고급강 시장 주도라는 여러 뜻을 지닌다. 다만 탄소중립 시대에 낡은 고로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과 전기로 투자 사이의 균형, 그리고 폭발 사고 뒤 더욱 중요해진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