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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28일 결선투표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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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28일 결선투표에서 결정된다

에르도안 49.44%로 절반 미달…클르츠다로울루 44.86%
5월 28일 결선 투표 예정
여론 조사에서 접전 예상, 클르츠다로울루 우세 전망
14일 열린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과반수 득표율을 확보하지 못해 28일 결선투표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14일 열린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과반수 득표율을 확보하지 못해 28일 결선투표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14일(현지 시간) 튀르키예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투표에서 20년째 정권을 잡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야권 6개당 단일 대선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울루를 앞섰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하지 못해 28일 결선투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튀르키예 국영 통신사 아나돌루를 인용해 개표가 96% 진행된 가운데 에르도안(49.44%)과 클르츠다로울루(44.86%)의 차이는 4.58%포인트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기 개표 결과에서는 에르도안 후보가 50%를 훨씬 웃도는 득표율로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격차가 조금씩 좁혀졌다.

박빙의 승부에서 여야는 투표 마감 후에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 일부 부정행위가 보고된 바 있어 클르츠다로울루는 트위터를 통해 선거 감시 자원봉사자들에게 "끝까지 투표함을 떠나지 마라"고 호소했다.
선관위는 원칙적으로 14일 안에 대선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측 후보 모두 자신이 앞선다고 주장하며 수치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개표 작업이 지체되고 있다.

ANKA가 발표한 별도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미 99% 이상의 투표함이 개표돼 에르도안 후보가 49.26%, 클르츠다로울루 후보가 45.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국영 언론이 의도적으로 에르도안 지지층을 먼저 보도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클르츠다로울루 후보 역시 트위터에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자정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 "에르도안 당이 1000개가 넘는 투표함 개표에 이의를 제기해 터키의 의지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의 제기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는 박빙의 승부를 예상했다. 12일 실시된 두 개의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6개당 단일 대선후보인 클르츠다로울루가 5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튀르키예의 차기 대통령 선출은 100년 역사상 가장 중대한 정치적 결정 중 하나이며, 터키를 넘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에르도안이 이끄는 튀르키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다.

이번 대선을 통해 튀르키예를 누가 이끌 것인지뿐만 아니라 심각한 생활비 위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러시아와 중동 및 서방과의 주요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결정된다.

이번 선거는 에르도안 집권 20년 중 가장 힘든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에르도안의 비정상적인 통화 정책으로 인해 튀르키예의 경제 위기가 악화됐고, 대지진이 발생해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에르도안의 입지가 흔들렸다.

에르도안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자 유럽에서 둘째로 큰 국가인 튀르키예를 글로벌 플레이어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새로운 교량과 공항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튀르키예를 현대화했고 무기 산업을 구축했다.

그러나 저금리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급증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적이 됐다. 터키 남동부 대지진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실망감이 더해졌다.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는 수년간의 국가 탄압 끝에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서방과의 약화된 관계를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에르도안이 연임에 성공하면 더욱 독재적으로 통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12번의 선거에서 승리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튀르키예 선거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초기 결과에 대해 양측 사이에 논쟁이 있는 것 같다. 익숙하게 들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비례대표제 방식의 의회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과 민족주의 운동당(MHP)을 포함하는 의회 연립정부도 선거 이후 과반 의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나돌루의 집계에 따르면 연립 여당은 개표율 96% 기준 전체 600석 중 323석을 확보했다. 야당 연합은 211석을 차지했다.

정치 자문업체 전략 자문 서비스의 하칸 악바스 전무 이사는 "에르도안이 의회 선거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해 두 번째 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며 "앞으로 2주 동안 많은 환율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야당 연합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첫 번째 투표에서 승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클르츠다로울루가 선두를 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