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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둔 한일협정 60주년…재계, "韓日 뭉쳐야 산다"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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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앞둔 한일협정 60주년…재계, "韓日 뭉쳐야 산다" 호소

미중갈등·관세전쟁 '공동 돌파' 목소리
기업인들은 반도체·수소로 日과 맞손
과거사 갈등 변수…"'관리'에 초점 둬야"
2월 15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서울 남산 서울타워에 한국과 일본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번갈아 비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월 15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서울 남산 서울타워에 한국과 일본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번갈아 비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일 협정 체결 60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재계가 양국의 경제·산업 협력을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맞설 돌파구로 꼽고 있다. 차기 정부가 정치적 유불리에 휩쓸리지 않고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일 경제계는 다음 달 22일 수교 60주년을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당장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오는 27~28일 한일경제인회의를 공동 개최하고 수교 60주년 공동성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 달 3일 대통령 선거로 출범할 차기 정부도 한일 관계 메시지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가 한일 관계 개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나라가 수출 중심 제조업 국가로서 경제 구조가 유사해 협력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소재·부품·장비를 중심으로 협력해 오는 등 글로벌 공급망 상호 의존도가 여전하다. 게다가 미·중이 기술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면서 미래 수출 산업 육성에 관한 고민을 공통으로 안고 있고, 당장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두드러진 미국의 관세 장벽도 같이 넘어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전쟁에 대응하려면 우리의 경제 규모를 키워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일본과 경제 연합체를 만들어야 EU만 한 규모의 경제 단위를 움직이면서 '룰'을 강요받지 않는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행보도 적극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 중순 일본을 찾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요코하마에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최 회장은 29~30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닛케이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소차를 비롯한 수소 밸류체인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과 손잡았다.

한일 재계의 ‘맞손’에 미치는 최대 변수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해 온 한일 외교관계다. 문재인 정부 때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양국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관계 개선에 시동이 걸렸다. 2023년에는 한미일 3국의 ‘캠프 데이비드 성명’ 채택으로 양국 관계도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당시 성명을 주도했던 3국 정상이 물러난 데다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도 차기 정부를 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과거사 문제를 중심으로 대일 기조가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다.

이창민 한국외대 한일정책연구센터장(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현지 투자 요구에 SMR 기술 개발이나 알래스카 LNG 사업 등을 중심으로 공동 협력할 수 있다”면서 “한일 기업들의 여러 자원을 활용한 사업 공동 투자와 노동시장 통합 등으로 한일 경제 통합 수준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화 상대방으로서 일본과 외교적 신뢰를 유지하려면 차기 정부는 강제징용 등 한일 간 갈등 요소를 ‘관리’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