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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억만장자 3000명 시대…상위 0.5% '슈퍼리치'가 부의 15%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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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억만장자 3000명 시대…상위 0.5% '슈퍼리치'가 부의 15% 독식

자산 1000억 달러 이상 15명, 총자산 2.4조 달러…하위 1500명 합친 것보다 많아
1987년엔 100억 달러 부자 2명뿐…IT 기술 발전이 '초부유층' 탄생 견인
세계 최고 갑부의 지위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고 갑부의 지위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로이터
전 세계 억만장자(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수가 사상 처음 3000명을 넘어섰고, 이들 중 단 15명이 전체 자산의 15%를 차지하는 '초부유층'을 형성했다.

최근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가 내놓은 '2025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를 보면, 올해 명단에 오른 억만장자는 기업가·투자자·상속인을 포함해 모두 3028명으로, 총자산은 16조1000억 달러(약 2경1920조 원)에 이른다. 1987년 포브스의 첫 조사 당시 140명에 불과했던 억만장자 수는 20년 만에 1000명, 2017년 2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8년 만에 3000명 선까지 돌파했다.

올해 억만장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247명 늘었고 새로 명단에 오른 부호도 288명이다. 평균 순자산은 53억 달러(약 7조2159억 원)다. 나라마다 보면 미국이 902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홍콩 포함 516명)과 인도(205명)가 뒤를 이었다. 전체 억만장자의 50% 이상이 이들 상위 3개국 출신이다.

◇ 상위 0.5%가 부의 15% 차지…커지는 '그들만의 리그'


특히 올해 순위에서는 자산 1000억 달러(약 136조1500억 원)가 넘는 '1000억 달러 클럽' 소속 부호가 15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고, 이 중 3명은 순자산 2000억 달러(약 272조3000억 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8년 전에는 없었던 이 계층의 총자산은 2조4000억 달러(약 3267조6000억 원)로, 지난해에 비해 4000억 달러(약 544조6000억 원)나 불어났다. '1000억 달러 클럽'의 총자산은 순위 아래쪽 1500명의 자산을 모두 합친 액수보다 많다. 전 세계 억만장자의 0.5%에 지나지 않는 이들이 전체 부의 15%를 차지하며 부의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 '부동산왕' 시대 지나고 '기술 부자' 시대


'1000억 달러 클럽'의 등장은 최근의 일이다. 포브스가 처음 순위를 발표한 1987년만 해도 100억 달러(약 13조6150억 원) 이상 자산가는 일본의 쓰쓰미 요시아키 전 세이부 철도 그룹 오너(200억 달러)와 모리 다이키치로 모리 빌딩 창업자(150억 달러) 단 두 명뿐이었다. 1999년 닷컴 버블 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잠시 1000억 달러(약 136조1500억 원)를 넘었으나 주가 폭락으로 자산이 반 토막 났다. 이후 2017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시가총액 급등에 힘입어 본격 '1000억 달러 부자' 시대를 열었고, 2021년부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등이 잇따라 합류했다.

올해 억만장자들의 평균 나이는 66세이며 최고령은 '보험왕' 조지 조셉(103세), 최연소는 독일 제약사 상속인 요하네스 폰 바움바흐(19세)다. 산업 분야를 보면 과거 부동산 부자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월스트리트 자산운용가나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 창업가 비중이 높아졌다.

포브스는 억만장자 수의 증가가 한때 가장 부유한 상위 20명이 차지하는 부의 비중을 낮추는 듯 보였으나, '1000억 달러 클럽'이라는 새로운 계층의 등장으로 부의 격차가 다시 확대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