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국제화 도전...'탈달러화' 실현 가능성 있나?

중국이 미국 국채를 줄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달러에 덜 의존하고 싶다는 생각과 자국의 금융 주권을 더 강하게 지키고 싶다는 점, 그리고 미국과의 갈등이 커질 때를 대비해 자산을 보호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포함된다. 실제로 중국은 2025년 3월 기준 금 보유량을 2300톤 이상으로 늘렸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 국채를 한꺼번에 많이 팔면, 미국 국채 가격이 내려가 중국이 가진 자산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또 미국 달러를 쓰는 데 불편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과 미국 모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수석 연구원은 2025년 6월 4일(현지시각)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많이 팔면, 2020년 3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환율 관리 때문에 미국 국채를 팔아 수익률이 0.5%에서 1.3%로 오른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이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 위안화 국제화, 자본 통제와 얕은 금융시장이 걸림돌
중국은 위안화가 세계적으로 더 많이 쓰이게 하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선물거래소(ShFE)는 해외 투자자와 중개인이 구리, 니켈, 알루미나 등 18개 상품을 중국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꿨다. 이는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늘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한, 중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채권시장 연결을 강화하고, 위안화를 대체 결제와 자금 조달 통화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의 국제화는 엄격한 자본 통제와 얕은 채권 시장, 자유롭지 못한 환율 정책 같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타이완 경제학자 우자룽은 지난 4일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진짜 걸림돌은 자유로운 외환 거래인데, 중국 공산당이 이를 허용할 수 없다"며, "엄격한 자본 통제 때문에 위안화가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일본 엔처럼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완전히 자유로운 환전을 허용하면 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위안화는 세계 결제의 4.1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달러는 49.08%를 차지했다. 2022년 이후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3.5~4.7% 사이에서 정체된 상태다.
국립 대만대학 경제학 교수 판 자종은 같은 날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무역 흑자를 계속 내는 나라는 무역 적자를 내는 나라처럼 자국 통화를 해외로 퍼뜨리기 어렵다"며, "미국처럼 무역 적자를 내는 나라는 외국인들이 상품과 서비스 대가로 달러를 받아 무역, 투자, 준비금에 다시 쓰지만, 중국은 반대"라고 설명했다.
◇ 달러 대체, 현실적 한계 뚜렷
중국은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경제 구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와 무역을 할 때 달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이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하지만, 달러는 아직도 세계 수출입의 80%를 차지하는 기초 통화다. 달러는 모든 통화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반면, 위안화는 4%에 그친다.
중국이 달러를 대체하고 세계 무역과 통화 협정에 새롭게 접근하려면, 훨씬 덜 효과적이고 비효율적인 협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탈달러화가 미국보다 중국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로버트 그린 연구원은 지난 4일 에포크타임스 인터뷰에서 "위안화가 달러를 따라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며, "중국 밖에서 위안화 공급이 제한되고, 자본 통제가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위안화 거래 대부분은 달러를 기준으로 이뤄지며, 지난해 중국 외화보유액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달러가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동아시아 지역 중심 통화로는 성장할 수 있지만, 달러의 세계적 영향력을 대체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탈달러화와 위안화 국제화가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계속 논의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위안화가 동아시아 지역 중심 통화로는 성장할 수 있지만, 달러의 세계적 영향력을 대체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탈달러화와 위안화 국제화가 미국과의 정치적 경쟁 속에서 계속 논의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