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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러, 2차 하락 ‘쓰나미’ 오나...대만 달러·원화 등 亞 통화도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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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러, 2차 하락 ‘쓰나미’ 오나...대만 달러·원화 등 亞 통화도 강세

100달러 지폐들이 펼쳐져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00달러 지폐들이 펼쳐져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 움직임과 함께 미국 달러화의 하락세가 재개되면서 전문가들은 연초 이후 지속됐던 달러화의 1차 하락에 이어 2차 하락 추세가 본격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는 26일(현지시각) 주요 통화에 대해 낙폭을 늘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뉴욕 시장 후반 0.34% 내린 96.94까지 몸을 낮췄다.

달러화는 유로화 및 파운드화 등에 대해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고, 대만 달러화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 기조를 면치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달러 매도의 빌미가 됐다.
특히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자를 조기에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달러화의 하락을 재촉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후임자를 오는 9월이나 10월에 발표할 수 있으며 3~4명의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후임자를 지명할 경우 파월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번 주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 내용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된 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물가 압력이 억제된다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혀 종전보다는 발언 수위가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뉴욕지점의 스티브 잉글랜더 글로벌 G10 외환 및 북미 거시 전략 총괄은 로이터에 "파월의 발언은 지난주 연준 회의 후 언급한 것보다 더 완화적"이라며 "이제 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주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비둘기파적' 행보에 나섰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23%로 일주일 전의 13%보다 높게 반영했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93%에 달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에 유로화는 뉴욕장 후반 달러화 대비 0.51% 상승한 1.1719달러에 거래됐고 한때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대만 달러, 亞 통화 강세 견인


이날 대만 달러화 등 아시아 통화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자금 유입과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 속에 대만 달러는 아시아 통화 강세를 이끄는 선봉에 섰다.

대만 달러는 이날 달러 대비 0.7% 상승한 29.15달러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만 달러는 지난달 초 1980년대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는 등 올해 달러 대비 연간으로 12%나 올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부담 요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대만 국영은행들이 제한적이나마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대만 달러 상승 폭 억제에 나섰다고 전했다.

OCBC의 크리스토퍼 웡 수석 외환 전략가는 “수출업체와 금융기관들이 미국 달러를 매도하기 위해 서두르면서 대만 달러가 어느 정도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만 달러가 주도하는 아시아 통화 강세로 중국 위안화도 이날 달러 대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한국 원화도 이에 뒤질세라 1350원을 위협하는 강세 기류에 동참했다.

최근 원화와 동조화 흐름이 강화된 위안화 및 대만 달러화 강세와 반기말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세 등이 원화 절상의 촉매가 됐다.

달러 약세, 변곡점에 도달


시장에서는 달러가 유로 등 주요 통화는 물론이고 원화 및 대만 달러 등 주요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도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평가와 함께 추가적인 달러 매도 공세가 펼쳐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유로화가 달러 대비 1.17달러의 저항을 확실히 돌파할 경우 손쉽게 1.20달러까지 내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 UBS의 전략가들은 “미국의 금리가 주요 10개국(G10)의 다른 많은 국가보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면서 “이는 유로화를 1.20달러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UBS는 연말까지 유로화가 달러 대비 1.23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는 대만 달러에 대해서도 핵심 지지선인 29달러에 근접한 상황이다. 또한 원화에 대해서도 1350원의 기술적·심리적 주요 지지선 이하로 달러화가 하락할지에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OCBC의 웡 전략가는 “대만 수출업체들이 수출 호조를 감안할 때 여전히 매도할 달러가 많다”면서 “대만 달러가 핵심 수준인 29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변수는 월말부터 다음 달 초반에 연달아 발표되는 미국의 지표다. 27일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를 위시해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주요 지표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이대로 잘 봉합될지와 7월9일에 끝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시한 등 환시 변동성을 키울 복병들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과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이미 진행 중인 달러 약세 추세가 언제든 '난기류'를 만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