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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재부과 임박…아시아 수출기업들 "미국 비중 줄여야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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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재부과 임박…아시아 수출기업들 "미국 비중 줄여야 생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9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새로운 대 중국 관세를 포함한 전방위적 수입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아시아 각국의 수출기업들이 대미 의존도 축소와 공장 이전 등을 통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키스탄·중국·한국·베트남·일본 등지의 주요 수출업체들이 트럼프의 재출마와 관세 강화 방침에 따라 “미국 시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가격 인하, 대체 시장 개척, 생산지 재조정에 나섰다고 29일 보도했다.

◇ 파키스탄·베트남 “관세 30~40% 감당 어렵다”…유럽·중동으로 눈 돌려


나이키와 타깃에 양말과 의류를 공급하는 파키스탄 최대 섬유업체 인터루프(는 미국에 연간 2억2000만 달러(약 3055억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무사닥 줄카르낸 인터루프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들이 29% 관세를 감당해줄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 반”이라며 “그 이후에는 심각한 매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터루프는 이집트 신규 공장 가동을 서두르고 있으며 유럽과 러시아 등 새로운 수출처를 모색 중이다.
베트남 커피 수출업체 부엉탄콩 홀딩도 트럼프의 46% 관세 방침 이후 미국 고객에게 손해를 감수한 채 할인 판매를 택했다. 응우옌 반 히엡 CEO는 “미국 시장 진출을 품질 인증으로 활용해 향후 다른 시장 진입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관세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기대했다.

◇ 中 LED업체 “미국은 더 이상 핵심시장 아냐”


중국 LED 조명 제조업체 차밍은 미국에 홍보·조명 설비를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 수입 LED 제품의 95%가 중국산일 정도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왕청밍 마케팅 이사는 “결국 미국 소비자가 우리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외 경쟁국은 생산 인프라가 부족해 경쟁력이 낮다”고 말했다.

왕 이사는 “우리는 유럽·아시아·중동 등 16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세계 전체가 아니다. 앞으로 점점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일본 기업, 글로벌 분산 생산 본격화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카메라 모듈용 칩을 공급하는 한국의 동운아나텍은 미국이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납품 단가 인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는 “한국의 노동법상 원가 절감에 한계가 있다”며 “미국과 무관한 동남아·중국 내수시장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NOK는 세계 15개국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미국 내 생산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물량 확대를 노리고 있다. 쓰루 마사오 CEO는 “중국 전기차 업체와의 협력 확대, 반도체·에너지 부품 다각화, 인수합병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FT는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으며 트럼프의 관세 재부과 방침은 아시아 제조업 생태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